[한국 10년뒤 뭘로 먹고사나]<3>‘5T산업’이 차세대 성장엔진

  • 입력 2002년 4월 2일 18시 52분


《‘한국이 10년 뒤 뭘로 먹고 살아야 하나’는 질문에 대해 산업연구원(KIE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삼성경제연구소 모니터컴퍼니 등 4개 주요 국책·민간연구소가 제시한 대답은 명쾌했다. 이들 연구소는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환경기술(ET) 문화기술(CT) 등 이른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5T 산업’에 장기적인 집중투자가 절실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KIET 디지털경제실 장윤종 실장은 “자동차 반도체 철강처럼 현재 ‘캐시 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하고 있는 산업구조를 한 단계 높이면서 동시에 신기술 사업들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 것인가에 한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며 “당연한 모범답안같이 보이지만 이를 실천하는 길 외에는 한국산업이 달리 살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 연구소는 한국이 ‘5T 신기술 산업’에서 최상위 선진국 대열에 올라설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60년대 이후 전통산업 부문에서 단시간에 선진국을 바짝 추격한 것과 비교하면 훨씬 희망 있는 승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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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술우위 디지털TV 수요 엄청▼

▽IT산업,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해야〓IT산업은 그 자체로서뿐만 아니라 전통산업과의 접목으로 산업 전체를 혁신할 중장기 성장산업의 핵심 중 핵심이다. 다행히 한국은 이 분야에서 상당한 잠재력을 과시하고 있다. 1997∼2002년 5년간 IT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16.9%로 경제성장률의 3배에 달한다.

ETRI는 이동통신산업을 이을 핵심 산업으로 디지털TV를 꼽았다. 특히 디지털 방송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동영상압축기술에서 국제표준의 20% 정도가 한국기술이다. 이 부문은 한국이 기술 표준화 전쟁에서 이긴 대표적 부문으로 꼽힌다. 2005년에는 여기에서 나오는 기술료 수입만 3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디지털TV 시청자는 2005년에 2억 가구를 넘고 이에 따라 디지털TV 수요도 지난해 200만대에서 2005년에는 2600만대로 급증할 전망이다. 엄청난 시장이다.

ETRI 오길록 원장은 “선도적인 기술 및 경영모델을 착실히 구축해 간다면 전세계에 ‘Made in Korea’가 새겨진 디지털TV세트가 퍼지면서 자동차 반도체 휴대전화 못지 않은 한국경제의 새로운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BT 新藥개발-진료영역 특화전략 써야▼

▽바이오산업, ‘멀리 보는 투자’ 필요〓BT산업은 세계적으로 IT산업과 함께 미래 핵심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분야. 그러나 한국이 세계 BT산업 시장에서 작은 자리라도 차지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육성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의 바이오기술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1999년 1억5000만달러로 미국의 110억달러의 1%를 조금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의 단일 기업의 투자에도 훨씬 떨어지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장차 바이오산업에 진입하려면 기업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기초기술에 대한 일정 규모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동시에 미국에 비해 자원이 한정돼 있는 만큼 진료영역이나 신약개발 단계상 특정 부문, 특정 기술 등에 한정해 인적 및 물적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NT 전자-기계등 21세기 과학기술주도▼

▽나노산업, 산·학·연·관 뭉쳐야〓NT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수준인 10억분의 1m라는 극미세를 제어하는 기술. 전자 재료 화학 기계 의학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기술혁신을 유발, 21세기 과학기술의 주도권 확보 여부를 결정할 핵심이다.

이 부문은 선진국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지만 차이를 줄일 여지는 아직 충분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그 방법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산·학·연이 거대한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산업연구원도 “현재 한국의 NT 수준은 선진국의 25%에 불과한 만큼 산업적 파급효과가 큰 몇 가지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전략이 절실하다”며 “이를 통해 2010년에 세계 10대 나노기술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CT 게임-애니메이션 콘텐츠로 승부▼

▽문화산업, 가능성이 보인다〓21세기는 문화의 세기다. 최근 중국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한류(韓流)열풍은 한국도 얼마든지 문화수출국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지난해 8월 정부가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엔터테인먼트가 중심을 이루는 콘텐츠산업을 국가발전의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공식 인정한 이후 발전 여건이 크게 좋아졌다.

이와 관련,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이 21세기에 세계 엔터테인먼트산업의 ‘글로벌 마이너’로 성장해야 한다는 전략적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유럽연합(EU)에 이은 제3안의 대안으로 자리잡되 아시아지역에서는 메이저국가로 위상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심상민 책임연구원은 “한국 중국 일본이 독립적인 시장으로 세계적인 우월적 지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하기 어려운 만큼 문화적 동질성이 강한 세 나라가 협력적인 시장을 형성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T 삶의 質 중시로 비약적 성장 예고▼

▽환경산업, 잠재가능성이 크다〓2000년 세계 환경산업 시장 규모는 5180억달러로 신산업 가운데 IT산업 다음으로 크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미래에는 환경산업이 더욱 비약적인 속도로 커질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산업연구원은 “국내 환경산업은 매년 1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환경기술이 현재는 선진국의 40% 수준이지만 2010년이면 80% 수준으로 따라잡으면서 수출산업으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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