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첫 평화안…실현은 불투명

  • 입력 2002년 3월 28일 23시 48분


28일 아랍정상회담에서 참석자들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중동평화안은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제가 주창한 평화안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아랍 평화안은 △이스라엘이 1967년 중동전쟁에서 점령한 아랍 영토(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골란고원)에서 철수하고 △유엔 결의 194호에 입각해 팔레스타인 난민문제를 해결하고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서안과 가자지구에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승인하며 △그 대가로 아랍국가들은 이스라엘과 평화조약을 맺고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아랍권 지도자들은 평화안을 실행하기 위해 아랍권과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참여하는 별도의 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전망과 과제〓이 평화안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당사국인 이스라엘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의 보좌관인 라난 기신은 이날 “사우디 왕세제의 평화안이 통과된 것은 흥미로운 발전이지만 이스라엘과의 직접 협상이 수반돼야 한다”며 “난민 귀환은 이스라엘의 유대교적 성격을 해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샤론 총리는 앞서 사우디 평화안에 대해 “점령지 전면 철수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한 측근도 “내용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자국과 아랍국가간 관계정상화에 대한 보장이 불확실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아랍권 역시 회의적이다. AP통신은 “아랍권 여론은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수도이기도 한 동예루살렘을 순순히 내놓을지조차 의심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이번 평화안이 팔레스타인과 이집트, 요르단 지도자들이 빠진 가운데 채택돼 무게가 떨어진다고도 지적했다.

▽평화안 채택 놓고 격론〓이번 회담은 12개국 정상이 불참하고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불참하는 등 27일 개막 첫날부터 난항을 거듭했다.

레바논 정부가 회의장의 대형 화면을 통해 위성방송으로 연설하려던 아라파트 수반의 계획을 막아 팔레스타인 대표단이 철수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시리아 등 강경파들은 “아랍권이 지나치게 양보하고 있다”며 평화안 채택을 가로막았지만 결국 사우디 왕세제의 손을 들어줬다.

레바논은 자국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향을 명문화할 것을 요구해 회의 개막이 1시간 정도 지연되는 진통을 겪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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