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주한대사들이 본 월드컵 코리아

  • 입력 2002년 3월 28일 18시 28분


《동아일보는 창간 82주년(4월1일)을 앞두고 특별기획으로 월드컵 본선 출전국들의 주한대사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에는 본선 30개국(개최국 한국과 일본 제외) 중 20개국 대사들이 응했다. 나머지 10개국 대사들은 “본국 방문 중” “외교관이어서 답하기 곤란하다”는 등의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설문은 △준비 상황 △대회의 성공을 위한 제안 △한국에서 경험해야 할 것과 피해야 할 것△예상 우승국 △좋아하는 선수 등 10개항이었으나 대사에 따라 응답한 항목들이 크게 달라 통계처리하기는 어려웠다. F조 잉글랜드의 경우 주한 영국 대리대사가 대신 답해주었다.》


▼영어 표지판-숙박시설 늘려야

한국의 월드컵 준비도는 90점.

‘월드컵 준비 상황을 점수로 매겨달라’는 질문에 대답한 14개국 대사들의 점수를 모아 평균점을 냈더니 90점이었다. 최고 점수 100점을 준 대사는 4명이었다. 최하 점수는 75점으로 1명의 대사가 이 점수를 주었다.

대사들은 그러나 각론에 들어가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과 의사소통 방안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지방 도시의 숙박시설에 대해 걱정했다. 일부 대사들은 “서울이나 부산은 호텔방이 충분하지만 다른 지방도시까지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월드컵조직위원회가 경기가 열리는 도시에서 각국의 경기 날짜에 맞춰 귀빈용 숙소를 확실히 마련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사들은 한결같이 공공기관에 영어로 된 안내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브라질 대사는 “호텔에 양식당과 영어 안내판을 두고 프론트에 영어를 하는 종업원을 1명 이상 배치하고, 거리와 대중교통시설(버스와 버스정류장 등)에 영어 표지판을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포르투갈 대사는 “공항 입국대에서부터 대대적인 스마일 운동을 펼치면 어떨까”, 사우디 아라비아 대사는 “외국인들에게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대다수 대사들은 “많은 경우 차들이 보행자들이 건너는 길로 다니기 때문에 길 건널 때 조심하도록 권하겠다”고 답했다. 또 “웬만하면 운전은 하지 말라고 하겠다”는 대사도 있었다. “쇼핑은 피하라” “돈 없이는 여행하지 말라”며 ‘바가지 상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승패에 따라 응원단끼리 충돌이 우려되니 폭력을 일으킬만한 이벤트를 피할 것” “통상 응원단들이 술을 많이 마시는데 소주는 너무 마시지 말라”는 매우 구체적인 권고도 있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외국관광객 이런곳을…

대사들 가운데 상당수는 월드컵을 전후해 한국을 찾을 자국 관광객들에게 추천할 곳으로 경주나 해인사의 불교사찰, 고궁, 박물관 등 역사유적지 등을 꼽았다.

하지만 일부 대사들은 △사물놀이와 가야금 연주, 전통무용 등 무형의 자산과 △재래시장 둘러보기 △한국인 친구 만들기 등 특별한 체험을 권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웨덴 아일랜드 대사는 동대문 남대문 경동시장과 같은 재래시장을 꼭 둘러보라고 추천했다. 프랑스 스웨덴 튀니지 대사는 되도록 많은 한국인을 만나 우정을 나눌 것을 추천했다.

튀니지 대사는 “한국인은 특히 인간관계를 중시한다.잊을 수 없는 순간을 함께 나누는 우정은 한 나라와 그 국민들을 이해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친구 사귀기를 적극 권유했다. 스페인 대사도 “월드컵 이후로도 계속 연락할 수 있는 친구를 적어도 한 명 이상 만들라”고 권했다.

이탈리아 대사는 “한국전통의 뿌리를 직접 느끼기 위해 시골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현대사회를 알기 위해 한국영화를 보라”고 추천했다. 터키 대사는 462명의 터키 군인들이 묻혀 있는 부산 UN 기념묘지와 금양장리 터키군 참전 기념탑을 들러보라고 귀띔했다. 서울타워(카메룬) 군사분계선(아일랜드)을 꼽은 대사도 있었다. “먼저 월드컵 경기를 잘 보라”(미국 포르투갈)는 원론적인 권유도 있었다.

대사들 가운데 12명은 ‘세계화가 가능한 한국 음식은’이라는 질문(복수응답)에 김치를 1위로 꼽았다. 2위는 비빔밥(8명), 3위는 갈비와 불고기(각 6명)였다. 이밖에 4명이 빈대떡, 3명이 삼계탕을 꼽았고 해물탕(포르투갈)과 해물빈대떡(아일랜드) 잡채(벨기에)를 든 대사들도 있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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