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F15K로 갈 수밖에 없다면

  • 입력 2002년 3월 27일 18시 11분


국민적 관심이 쏠렸던 공군 차세대전투기(FX) 사업의 도입 기종이 사실상 미 보잉사의 F15K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평가 결과 F15K와 프랑스 다소사의 라팔이 오차범위 안에 들어 2차 평가를 앞두고 있다지만 F15K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일단 우리는 이번 결정이 국방부가 누차 강조해온 대로 투명하고 엄정한 평가과정을 거친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동안 시민단체 등은 군 수뇌부 및 미국의 압력설을 제시하며 반발해왔으나 첨단무기 선정은 그것을 사용할 군의 자체 판단이 최우선적으로 존중돼야 한다고 본다. 의혹 부분에 대한 철저한 규명은 별개 문제다.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 무엇보다 정부는 이번 사업 결정이 프랑스 등과의 외교마찰로 비화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국내 일각에서 제기하는 의혹을 해소하고 경쟁에서 탈락한 업체들이 반발할 여지를 남겨 놓지 않으려면 평가 및 선정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특히 미국과의 향후 협상은 궁극적으로 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점에서 군 당국은 협상 자세를 더욱 가다듬어야 한다. 작게는 군 장비의 상호호환성에서 크게는 한미관계 전반을 고려할 때 F15K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F15K에 반발하는 우리 사회 일각의 흐름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군 당국은 앞으로 미국 측과 본계약을 맺을 때 기술이전과 절충교역 비율 및 가격 등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낸다는 새로운 자세로 임해야 한다. 이는 F15K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설득하는 데에도 필요한 일이다.

군 당국은 지금까지 FX사업 추진과정에서 갖가지 미숙한 일처리 능력만을 보여줬다. 그러나 더 이상의 시행착오는 곤란하다. 이 사업이 향후 30년간 우리 영공을 지켜줄 전투기를 도입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도 그렇고, 이 사업의 공정한 관리는 우리나라의 국제적 신인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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