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LG 송영진 ‘부활의 노래’

  • 입력 2002년 3월 27일 17시 48분


송영진
“이젠 믿고 맡겨주세요.”

동양 오리온스와 LG 세이커스 간의 2001∼2002애니콜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이 열린 26일 대구실내체육관. 장내 아나운서가 LG 송영진(1m98)을 선발 선수로 소개하자 관중석에서 작은 술렁임이 일었다.

물이 바짝 오른 절정기의 동양 전희철(1m97)을 과연 부상중인 신인 송영진이 막을 수 있을지 회의적이었기 때문. 하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프로데뷔 이후 자신과 비슷한 키의 상대로부터 제대로 된 수비를 당해본 적이 없었던 전희철은 송영진이 높이의 우위에다 투지로 바짝 다가서자 아예 골밑에서 버틸 엄두를 내지 못했다. 전희철은 결국 외곽을 맴돌며 무려 7개의 3점슛을 난사했지만 단 1개만 성공시키는 등 철저히 봉쇄당했고 이날 단 1개의 리바운드도 걷어내지 못한 채 13득점에 실책만 4개를 기록하며 고개를 숙였다. 반면 송영진은 기세싸움이 치열하던 후반 들어 알토란 같은 3점슛 3개 포함, 17점을 챙기며 전희철 봉쇄라는 임무뿐만 아니라 득점으로 팀 승리에 수훈갑으로 활약했다.

송영진은 올시즌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관심의 초점이었다. 하지만 프로 적응에 실패했고 5라운드 중반에는 부상까지 겹치며 철저히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 6강 플레이오프가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그에게 눈길을 주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시즌 개막 전 그를 향해 준비됐던 모든 찬사와 상은 신인으로는 최초로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쥔 김승현이 독차지했다.

그런 그가 플레이오프 들어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팀 공수의 주축으로 우뚝 섰다.

SK 빅스와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쿼터 초반 코트에 등장, 천금 같은 3점슛 2개로 부활을 예고하더니 이날 동양전에서 34분을 뛰며 큰 경기에 강한 자신의 진가를 확인시킨 것.

송영진의 부활은 김태환 감독에게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동양전을 앞두고 공격과 수비중 어느 것에 치중하느냐를 두고 고심하다 결국 수비에 중점을 두기로 하고 송영진 카드를 빼든 김 감독으로선 앞으로 공수에서 부담 없이 송영진을 선택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기 때문.

송영진은 “그동안 자주 안 뛰어 자신감이 없었는데 이제 나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며 “무릎이 좋지 않지만 정규리그에서 못했던 것을 플레이오프에서 조금이라도 회복해 명예를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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