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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3월 25일 15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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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처럼 요즘 대학생이 카드 몇 장 가진 것은 기본이다. 신용카드 3장을 갖고 다닌다는 S대 1학년인 L군(19)의 설명은 이렇다. 학생증만 보여주면 카드는 금방 만들어줍니다. 소득확인도 필요없고 오로지 현금서비스와 물품구매 한도가 얼마이고 카드사용에 따른 혜택은 어떤 것이 있는지만 설명해줍니다.
L군도 별 생각없이 카드를 긁다가 갚을 길이 없게 되자 다른 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 빚을 갚는 속칭 돌려 막기 의 덫에 걸렸다. L군은 결국 6개월만에 300만원의 빚을 안은 채 신용불량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많은 여성들은 카드로 산 옷과 화장품, 유흥비 등을 감당하지 못해 술집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분별한 카드발급〓신용카드사들은 본래기능인 거래결제보다는 이익이 많이 남는 현금서비스와 카드대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대학생과 청소년 등 무소득자에게 대량 발급하면서 연체율은 높아지고 이들은 사회생활의 출발을 신용불량자 신분으로 시작하는 것. 카드빚을 갚기 위해 연리 100%가 넘는 사채를 빌리고 그것으로도 안돼 은행강도와 성매매에 나서는 등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다.
무절제한 카드 사용으로 신세를 망치는 일이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30대 직장인의 상당수도 카드빚에 몰리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가계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카드연체율 갈수록 높아져〓금융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삼성 LG 국민 등 7개 전업카드사의 2001년말 현재 현금대출(현금서비스와 카드론) 잔액은 19조3613억원, 연체율은 7.4%(1조4322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행권의 연체율 1.21%보다 6배 이상 높은 것.
전체 카드채권 연체율도 작년 9월말 4.2%에서 3개월만에 5.84%로 급등했다.
회사별 현금대출 연체율은 현대 15.05% 동양 14.3% 외환 11.28% LG 7.97% 국민 7.09%, BC 6.33% 삼성 5.88% 등이었다. 동양카드의 카드론 연체율은 무려 43.06%나 됐다.
신용카드사가 발급한 카드는 작년말 현재 8933만장으로 1년 전에 비해 54%나 늘었다. 경제활동인구 1명당 4장의 카드를 갖고 있는 셈이다.
▽정부도 예의주시〓정부는 25일 금융정책협의회를 연체율이 높아지는 신용카드사에 대해 △은행처럼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도록 하고 △신용불량자가 많은 카드사를 특별 검사하며 △카드사별 신용불량자 등록현황을 알리는 등의 강경책을 쓰기로 했다. 금감위 관계자는 “경기가 가라앉으면 신용카드 현금대출이 가장 먼저 부실화된다” 며 “카드사의 현금대출 비중축소를 유도하고 있지만 아직도 60%가 넘는다” 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몇년동안 소득분배가 악화돼 저소득층이 적자가계를 꾸려왔던 것을 감안할 때 저소득층 가계빚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