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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3월 14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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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일반화돼 있는 독서장애인이란 개념조차 규정돼 있지 않은 게 우리의 현실로 노령화시대에 대비하고 장애인 복지 증진을 위해 독서 장애인들을 위한 매체 개발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태〓독실한 불교신자인 김모씨(82·여)는 불경을 읽고 싶지만 20분 이상 책을 볼 수가 없다. 돋보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눈이 금방 침침해지고 머리가 아파오기 때문이다. 김씨는 일종의 독서장애인인 셈이다.
14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정상적으로 독서를 할 수 없는 시각장애인, 지체장애인, 65세 이상의 노인은 전체 인구의 9.5%에 달한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은 전체 인구의 7.6%로 2010년에는 10.7%, 2020년에는 15.1%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독서장애인도 그만큼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한노인협회 사무총장 김정호(金定壕)씨는 “노인들이 책을 읽고 싶어도 돋보기를 쓰고는 30분 이상 보기가 힘들어 사실상 대부분의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제점〓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독서장애인이라는 개념조차 존재하기 않는 게 현실. 보건복지부의 관계자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정책은 있지만 독서장애인은 개념 자체가 새롭다”며 “독서장애인들에 대한 정책은 수립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출판업계와 도서관협회도 독서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없어 정부의 보조 없이는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음성책이나 디지털 콘텐츠를 개발하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정종진(鄭鐘眞) 대한출판문화협회 사무국장은 “음성도서나 디지털 콘텐츠는 시장에서 거의 수요가 없어 제작을 하더라도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인식의 전환 필요〓미국 정부는 독서장애인을 위한 음성책을 일정량 구입해 복지기관에 배부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대형 서점에 음성책만을 모아놓은 곳이 따로 있다.
대한점자도서관협회 육근해(陸根海) 사무국장은 “미래에는 누구라도 독서장애인이 될 수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노인이나 장애인들은 책을 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있는 기회를 이용하지 않는 것과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는 것은 다르다”고 지적했다.한국도서관협회는 “앞으로 독서장애의 개념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독서장애인을 위한 음성 또는 디지털 콘텐츠 개발 캠페인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