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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3월 7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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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시타가 이처럼 파격적인 가격경쟁에 뛰어든 것은 중국 제품과의 가격경쟁에서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은 그동안 중국산보다 ‘고품질, 고가격’을 주장해 왔으나 이젠 품질면에서 거의 차이가 없어져 결국 가격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 비즈니스 최근호(4일자)는 마쓰시타 사례를 중심으로 ‘중국발 세계 영구 디플레이션 충격’이라는 제목의 특집을 실었다. 요지는 저임금 저비용을 토대로 한 중국의 물건 값(중국 가격)이 세계의 기준이 되고 있다는 것.
미국 시장은 ‘중국 가격’이 시장가격을 지배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 97년 491달러하던 DVD플레이어가 지난해 3분의 1수준인 165달러로 떨어졌다. 지난해엔 DVD플레이어 수입품 시장(1800만대)의 61%를 중국산 제품이 차지했다. 비디오 오디오 팩스 전화기 등 대부분의 전자제품도 같은 추세다. 미국의 중국산 제품 수입은 2000년 1000억달러를 기록해 10년간 6배로 늘었다. ‘중국 가격’에 뒤지는 제품은 이제 미국 시장에서 발을 붙일 수가 없다.
일본에서는 중국산 제품의 범람이 ‘물가 하락의 주범’으로 꼽히기도 한다. 의류업체 유니클로는 중국 현지생산을 토대로 의류가격 인하를 주도해 ‘유니클로 현상’이라는 말까지 나오도록 했다.
고급제품 업체도 ‘중국 가격’에 맞추려는 노력이 치열하다. 혼다는 올 상반기 중 중국에서 생산한 10만엔짜리 50cc 스쿠터를 국내외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동급의 기존 제품(15만9000엔)보다 30% 이상 싸다. 흥미로운 것은 생산비용을 삭감하기 위해 혼다 오토바이 복제품을 생산해 온 중국 현지업체와 합병한 것. 혼다 관계자는 “유사품 업체이긴 하지만 절반의 비용으로 제품을 생산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중국 가격’에 맞추기 위해 속속 ‘세계의 공장’ 중국으로 진출하고 있다. 93년 상하이에 자회사를 설립한 독일의 휴대전화 제조업체 지멘스는 지난해 전세계 판매대수(2870만대) 중 800만대를 중국에서 생산했다. 지멘스는 몇 년 안에 생산능력을 2400만대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다. 의약품회사인 바이엘도 최근 단일 투자금액으로서는 최고기록인 31억달러를 중국 생산플랜트에 새로 투자하기로 하는 등 유럽계 기업들의 진출 및 투자확대가 두드러지고 있다.
종합화학업체인 바스프 동아시아지역본부 관계자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수입관세를 점차 낮추면 부품 등의 수입가격이 낮아져 생산가격을 더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중국 가격’이 전세계의 상품가격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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