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트레이크 스타]“규혁아 다시 시작하자”

  • 입력 2002년 2월 20일 17시 53분


어머니는 끝내 아들의 경기를 보지 못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이인숙 이사(45). 이번 동계올림픽 한국선수단 임원으로 참가한 그는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으로 스피드스케이팅 이규혁선수(춘천시청)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20일 올림픽오벌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경기. 이규혁(사진)이 스타트라인에 서자 이씨는 슬그머니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심장이 멎을 것 같아 도저히 게임을 볼 수 없었다”는 게 그의 얘기. 어머니는 밖에서 아들이 좋은 성적을 내길 간절히 기도했지만 아쉽게도 이규혁은 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초반은 좋았다. 경쾌한 스타트와 함께 얼음을 지치고 나간 이규혁은 앞서 뛰어 1분44초57로 세계신기록을 세운 네덜란드 요헴 위데하시의 초반 레이스를 능가했다.

첫 300m에서 23초22로 위데하시보다 0.61초 빨랐고 700m까지 49초09, 1100m까지 1분16초75로 위데하시의 기록을 앞섰다. 이규혁이 놀라운 스피드를 보이자 장내아나운서는 “세계신기록이 가능한 페이스”라고 흥분했다. 하지만 뒷심부족이 문제. 1100m 후 발걸음이 서서히 느려지며 마지막 400m를 29초07로 뛴 이규혁은 골인 후 고개를 숙이며 못내 아쉬워했다. 자신의 기록(1분45초20)보다 0.62초 느린 1분45초82의 기록.

체력이 떨어지는 바람에 레이스 전날 링거까지 맞고 1500m에 출전한 이규혁은 “마지막 코너에서 무리를 하는 바람에 막판 스퍼트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이번 대회에서 500m 5위, 1000m 8위, 1500m 8위 등 3개 종목에서 모두 10위 이내에 진입하는 등 단거리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음을 증명했다. 어머니 이 이사도 경기가 끝난 뒤 “최선을 다하지 않았느냐. 잘 했다”며 아들의 등을 두드려줬다.

솔트레이크시티〓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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