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트레이크 스타]금메달 목에 건 고기현

  • 입력 2002년 2월 14일 18시 02분


고기현(목일중)은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에도 가벼운 미소만 지었다. 시상식에 올라가서도 한 차례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었을 뿐 감격의 눈물도, 요란한 포즈도 없었다. 마치 ‘내가 무슨 일을 했기에’하는 표정이었다.

이제 16세에 불과한 중학교 3학년. 밖에 나가면 철부지같이 어린 티가 나지만 경기장 안에만 들어서면 돌변한다. 운동욕심이 어느 선수보다도 많은 편. 이날 경기가 열리기 이틀 전까지 코피를 쏟아가며 훈련을 소화했단다.

지난해 1월 폴란드에서 열린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종합 2위를 차지한 뒤 같은 해 9월 일본 노베야마에서 열린 월드컵 2차대회에서 여자 1000m와 1500m, 3000m계주를 ‘싹쓸이’하며 혜성과 같이 등장한 유망주. 특히 파워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여자팀의 에이스로 꼽힐 정도로 실력이 탁월했다.

하지만 올림픽을 얼마 남겨 놓지 않고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해 11월 말 대표팀 훈련 중 넘어져 오른팔이 골절되는 중상으로 한 달간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1월 태릉선수촌에서 만났을 때도 오른손을 제대로 들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팔의 통증을 빨리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지독한 훈련량 때문. 오른팔을 붕대에 감은 채로 트레이닝을 소화할 정도로 ‘연습벌레’였고 올림픽에 앞선 미국 콜로라도 전지훈련 때도 악착같은 근성으로 버텼다. 고지대에서 성치 않은 몸에 갑자기 많은 훈련을 소화하는 바람에 코피를 거의 매일같이 쏟았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내 끝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표팀 막내인 고기현은 “경기하며 운이 많이 따랐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연습을 많이 한 보람이 있는 것 같다. 언니들이 많이 도와줘 더 잘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빛나는 조연 최은경

솔트레이크시티〓김상수기자 ss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