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트레이크 핫이슈]빙판위의 동서냉전?

  • 입력 2002년 2월 14일 17시 35분


11일 점수가 발표되는 순간 믿을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캐나다의 세일(왼쪽)-펠레티어 커플.
11일 점수가 발표되는 순간 믿을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캐나다의 세일(왼쪽)-펠레티어 커플.
“스케이팅의 냉전(Cold War)이 시작됐다.”(USA투데이)

2002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나온 ‘판정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14일 미국의 주요언론들은 이를 톱뉴스로 다뤘고 이해당사자인 캐나다 언론들도 “금메달을 도둑맞았다”며 흥분하고 있다. 솔트레이크 현지 방송들은 ‘긴급뉴스’라는 타이틀을 달고 하루종일 속보를 내보냈다.

‘판정 스캔들’은 12일 솔트레이크 아이스센터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페어부문에서 심판진의 판정 때문에 금메달 순위가 뒤바뀐 사건. 러시아의 엘레나 베레즈나야-안톤 시카루리제조는 이날 열린 프리스케이팅에서 점프후 착지에서 실수를 했음에도 거의 완벽한 연기를 펼친 캐나다의 다비드 펠레티어-제이미 새일조를 누르고 금메달을 따냈다.

결과가 나온뒤 아이스센터의 팬들은 일제히 야유를 보냈고 연기를 끝내고 우승을 확신했던 캐나다의 제이미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당시 9명의 심판가운데 5명이 러시아조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줘 5-4로 러시아팀의 금메달이 결정됐는데 문제는 이 5명 심판의 국적. 러시아의 우세로 판정한 심판진의 출신국가는 러시아를 비롯해 폴란드 우크라이나 중국 프랑스였다. 반면 캐나다팀의 손을 들어준 심판진 국가는 미국 독일 캐나다 일본.

이 때문에 미국의 언론들은 “동유럽 국가들이 단합해 러시아의 우승을 이끌어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도 “누가 봐도 캐나다팀이 월등한 경기를 했다. 올림픽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반면 러시아팀 관계자들은 “금메달을 받을 자격이 있다. 연기력면에서 캐나다팀보다 뛰어났으며 큰 실수를 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미국은 페어부문에서 금메달후보였던 자국의 교코 이나-존 짐머만조가 무난한 연기를 했음에도 5위로 메달권에 진입못한데다 캐나다가 같은 북미지역의 국가라 일방적으로 캐나다의 편을 들고 있는 형편. 언론들은 이에 발맞춰 연일 속보에다 여론조사까지 벌이며 이 사건을 확대시키고 있다. MSNBC여론조사에선 95%의 네티즌들이 캐나다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아랑곳없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총리는 14일 우승을 따낸 엘레나-안톤조에 축전까지 보내 자칫 이 사건은 국가간 감정싸움으로 번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사건이 커지자 국제빙상연맹(ISU)의 오타리오 친콴터회장은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나도 당혹스러웠지만 점수는 대중이 결정하는 게 아니다. 내겐 판정을 바꿀 권한이 없다”며 판정 번복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ISU는 조만간 집행위원회에서 진상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솔트레이크시티〓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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