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트레이크 핫이슈]"너무나 미국적인" 그들만의 잔치

  • 입력 2002년 2월 9일 15시 53분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은 9·11 테러 이후 미국에서 처음 열리는 ‘빅 이벤트’. 지난해 세계 최강국의 자존심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은 미국은 이 대회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미국민을 결집시키는 기회로 삼으려는 욕심이 적지 않았다.

대회에 앞서 각국은 올림픽이 엉뚱한 목적에 이용된다는 우려를 표현했지만 미국의 욕심은 개회식에 그대로 투영됐다. 최근 ‘악의 축’ 발언으로 국제사회에서 논란을 빚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등장하자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미국 관중은 일제히 기립박수로 ‘힘의 논리’를 앞세우고 있는 지도자를 환영했다. 이어 여자 스켈레톤 출전선수인 리 안 파슬리 등 8명의 선수에 의해 입장한 성조기는 9·11 테러 때 세계무역센터에 게양됐다 찢어지며 12개의 별이 사라져버린, 구멍난 것이었다.

당초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찢어진 국기의 개회식 입장은 올림픽에서 어울리지 않는다”며 반대입장을 표명했으나 미국 측은 끈질긴 설득으로 찢어진 성조기의 입장을 관철시켰다.

‘파워풀 미국’의 하이라이트는 올림픽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최종주자에 의한 성화 점화. 예상을 깨고 최종주자로 집단선정된 미국 아이스하키팀은 성화에 점화를 한 뒤 관중과 함께 “USA, USA”를 연호해 그 ‘대미’를 장식했다.

안 그래도 이번 올림픽은 입장권 판매 부진과 외국인 관광객의 감소 등으로 ‘썰렁한 올림픽’이 될 조짐이다. ‘미국,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솔트레이크시티〓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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