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전혜자/'미군 민간인 학살'정부는 뭘하나

  • 입력 2002년 2월 7일 18시 17분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곳곳에서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정부당국의 추적에 의해서가 아니라 참전 미군의 뒤늦은 양심고백과 유족회의 노력, 외국언론의 집중취재로 공개된 것이다. 우리는 몇 해 전 납북된 어부들과 북한에 억류된 국군포로, 실종된 후 북한에서 소재가 확인된 피랍인들의 문제는 제외시킨 채 비전향 장기수들을 조건 없이 보내주었다. 또 미국의 눈치를 보다 구명기회를 놓친 로버트 김 사건과 매주 수요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소복 차림으로 침묵의 절규를 하는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이 떠오른다. 또 약탈당한 문화재 반환에 무관심한 정부의 태도에도 오히려 외국인들이 의아해 한다.

이외에도 유사한 여러 가지 사건들을 떠올리며 우리는 마치 부모에게 버림받은 고아 같은 느낌을 저버릴 수 없다. 수십 년 전 전사한 자국민의 유골을 돌려받기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앞장서지 않는 국가를 대신해 민간인과 시민단체들이 진상규명과 피해보상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는데도 이를 제대로 도와주지 않는 나라도 있다.

가느다란 나뭇가지도 한데 모아 묶으면 꺾을 수 없는 것처럼, 국가를 유지시켜주는 힘은 소수의 권력자나 통치자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에게서 나온다. 국민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진정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전혜자 강원 평창군 봉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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