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cer report]스트라이커보다 플레이메이커

  • 입력 2002년 2월 6일 17시 55분


축구 국가 대표팀이 슬럼프에 빠져있다. 골드컵 대회에서의 부진은 한국 축구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5경기를 치뤘지만 승리라고는 멕시코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이긴 것이 유일하다. 3,4위전에서는 ‘약체’로 평가됐던 캐나다에까지 1-2로 패해 ‘히딩크 호’의 체면을 구겼다. 반면 우리의 월드컵 예선 상대 미국은 지난해 서귀포에서 벌어졌던 경기와는 다른 면모를 보이며 승승장구, 우승컵을 안았다.

거스 히딩크 감독도 밝혔듯이 한국 대표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골 결정력이다. 미국과의 첫 경기에서도 쉽게 이길 수 있는 고지를 선점했지만 골을 넣어줄 선수가 없었다. 쿠바와의 예선 두 번째 경기도 마찬가지. 내내 두드렸지만 상대 골문은 결국 열리지 않았다.

한국팀에 ‘킬러’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스트라이커의 능력만을 탓할 수는 없다. 골은 과정이 만들어져야 들어가는 것이다. 무조건 개인의 골 결정력이 없다고 비난해서는 안된다. 여기서 미드필더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한국의 약점 중의 하나가 미드필더들이 적극적인 공격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너무 수비 위주의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치려 한다. 플레이메이커를 맡을 만한 적임자가 없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스트라이커 문제는 안정환 설기현 등 ‘유럽파’ 선수들이나 황선홍 최용수 등 ‘일본파’ 선수들이 합류하게 되면 어느 정도 해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플레이메이커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이천수 최태욱 등 골드컵에서 플레이메이커로 시험 가동한 선수들은 모두 기대 이하의 플레이를 펼쳤다. 오히려 이천수와 최태욱은 사이드 어태커로 기용됐을 때 더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체력과 스피드도 중요하지만 전체 경기를 읽고 조율할 수 있는 넓은 시야와 기량을 갖춘 선수가 필요하다.

상대의 스루 패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한국의 수비도 가다듬어야 한다. 월드컵 본선에서 맞붙는 폴란드와 포르투갈은 미국보다 배후 침투 능력이 뛰어나다고 봐야한다. 좀 더 유기적인 협력 관계가 요구된다.

14일 우루과이전은 히딩크 사단의 또 다른 시험 무대가 될 것이다. 이런 약점들을 단기간에 보완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가능성은 보여줘야 한다.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은 3개월여. 결코 넉넉하지 않은 시간이다.

허정무/본보 축구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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