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마라톤]코오롱 마라톤 명가 재건 구슬땀

  • 입력 2002년 2월 1일 17시 12분


“헉, 헉….”

지난달 27일 오전 경북 영천시 외곽 임고서원을 출발해 영천댐을 절반 돌아오는 40㎞ 왕복코스. 임진수와 지영준 등 코오롱마라톤팀 13명의 남녀 선수들은 가뿐 숨을 몰아쉬며 마지막 5㎞를 남겨두고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숨은 목까지 차올랐고 다리에 힘이 빠졌지만 결승점을 향해 내닫는 선수들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자, 힘들더라도 조금만 더 힘내자.” 정하준 감독과 이창우 남자코치, 엄재철 여자코치는 선수들 곁을 차로 따라가며 호되게 독려하고 있었다.

이렇듯 코오롱마라톤팀은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명가 재건’을 위해 혼연일체가 되어 달리고 있었다.

한국 남녀마라톤의 ‘젖줄’이었던 코오롱마라톤팀이 3월17일 열리는 2002동아서울국제마라톤을 통해 ‘명가 부활’을 선언했다.

김완기, 황영조, 이봉주, 김이용, 권은주 …. 한때 한국 남녀마라톤을 휘어잡았고 지금도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 마라톤 스타들은 대부분 모두 코오롱 출신.

코오롱마라톤팀 선수들은 이런 자부심으로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지난해 ‘한국 마라톤의 대부’ 정봉수 감독이 타계했지만 그동안 이뤄놓은 업적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다시 정상을 향해 달리고 있다.

코오롱 명가재건의 선봉은 남자마라톤. 임진수(24), 지영준(21), 유영진(23), 이성운(23). 모두 ‘포스트 이봉주’의 선두주자들이다.

임진수는 근성과 지구력이 뛰어나다. 최고기록이 지난해 동아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12분45초에 불과하지만 언제든 2시간 8,9분대를 뛸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2001춘천마라톤에서 우승한 지영준(2시간15분32초)은 힘과 스피드가 좋다. 롱피치에서 숏피치로 폼을 바꾸고 있는데 폼만 안정된다면 ‘큰 일’을 낼 수 있는 재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 올해 건국대를 졸업한 이성운, 서원대를 졸업한 유영진도 기본기가 잘 잡혀 있어 언제든 상위 입상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오롱마라톤팀의 재도약여부는 2002동아서울국제마라톤의 큰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영천〓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가족’같은 분위기 ‘지옥’같은 훈련…정하준감독 변신모색

코오롱마라톤팀이 대변신을 시도한다.그동안 코오롱은 ‘스타제조기’로 이름을 떨친 고 정봉수 감독을 따 ‘정봉수 사단’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정 감독이 타계하면서 이제는 새로운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새 사령탑에 오른 정하준 감독(50·사진)이 2002년을 ‘변신의 해’로 정했고 그 첫무대를 2002동아서울국제마라톤으로 삼았다. 국내 최고 권위의 동아마라톤에서 좋은 기록을 세워 고 정봉수 감독의 ‘후광’을 떨쳐내겠다는 각오.

이를 위해 99년에 영입한 ‘중거리의 제왕’ 엄재철 여자코치(33)에 이어 지난해 10월 요미우리마라톤 2연패의 주인공 이창우씨(34)를 남자코치로 끌어들였다. 선수들도 이성운(건국대)과 유영진(서원대), 강태규(서울체고), 정민수(대전체고), 이선아(인천체고) 등 신인들을 대거 뽑아 재도약의 진용을 갖췄다.

선수단분위기도 과거 ‘강압적’ 분위기에서 ‘자율적’인 분위기로 탈바꿈했다. 늘 가족적인 분위기다. 그러나 훈련에 있어서만은 ‘지옥’이 따로 없다. 하루 50∼55㎞를 뛰어 주당 약 350㎞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체육과학연구원 국민체력센터에서 선수들에 대한 정밀진단을 실시한 뒤 부족한 점을 보강하는 ‘스포츠 과학화’도 실현하고 있다.

영천〓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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