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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월 31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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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정부는 청약증거금제 도입, 청약배수제 부활, 분양권 전매 금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가진 전문가들이 내놓은 대책들이 대부분이다.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점에서는 관심을 가질 만하다.
하지만 불과 2∼3년 전, ‘주택보급률 100% 달성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는 시장 자율화가 중요하다’며 분양가 자율화 등을 결정했던 모습을 기억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지금 거론되는 대책 대부분이 시장 자율화에 역행하는 조치인 데다 적잖은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
우선 청약증거금제의 경우 당첨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서민들이 단순히 청약을 하려고 2000만∼3000만원의 현금을 갖고 있어야 하는 부담만 안길 수 있다. 또 3월이면 청약통장 1순위 가입자가 200만명을 넘어선다. 그중 절반 정도가 청약을 위해 2000만원씩을 들고 있다면 무려 20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대기성자금으로 묶어두는 결과를 초래한다.
통장 가입이 오래된 사람에게 청약우선권을 주자는 청약배수제는 정부가 2년 전 폐지한 것. 이를 부활하면 정부 정책을 믿고 새로 가입한 200만명에 이르는 가입자들의 불만을 면하기 어렵다. 또 일부 인기 있는 아파트의 프리미엄 가격 상승만 부채질하고 배수제 도입 혜택을 받는 청약통장의 불법 거래도 부추길 우려가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할 경우 땅에 떨어진 주택 정책의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는 것. ‘떴다방’ 등은 공공연히 “정부가 내놓는 주택 안정 대책이 지방자치단체장선거와 대통령양대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얼마나 가겠느냐”며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고 투자자들도 이를 대체로 믿는다.
정부가 조급한 마음으로 대증(對症)요법 같은 대책 마련에 급급해선 안 된다. 확고한 원칙을 제시하고 시장 참여자들이 이를 믿고 따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황재성 경제부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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