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제임스 코튼/미, 印尼 정치개입 신중해야

  • 입력 2002년 1월 30일 18시 44분


아프가니스탄 재건이 시작됐고 이라크 소말리아 리비아 북한 등이 미국의 새로운 표적으로 언급되는 등 대테러 전쟁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동남아시아 지역, 특히 인도네시아가 테러리스트들의 활동지역으로 부각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미 국방부의 폴 울포위츠 부장관은 최근 인도네시아가 알 카에다 등 테러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는 곳이라고 밝혔다.

이슬람권은 비록 탈레반 정권에 대한 지지도는 낮지만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래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재건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면 미국에 대한 이슬람권의 시각이 부드러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슬람 압박땐 유혈사테 우려▼

하지만 미국의 인도네시아에 대한 개입(intervention)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고 이슬람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또 동남아시아의 핵심국가이자 동남아국가연합(ASEAN),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97년부터 99년까지 빚어진 외환위기와 수하르토 대통령의 사임, 동티모르 사태 등으로 인도네시아를 관심권에 두었으나 그 이후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다 테러와의 전쟁을 계기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 알 카에다 관련 조직원이 체포되고 인도네시아에서도 비밀 테러훈련 캠프가 발견되자 미국은 다시 동남아 지역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에는 영향력이나 규모 등이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극단적인 이슬람 단체들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 그 중 가장 규모가 큰 단체가 바로 라스카 지하드다. 라스카 지하드 지도자들은 파키스탄 유학파들로 88년 아프간 전쟁에 참전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울포위츠 부장관은 테러 척결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미적지근한 태도를 비판해 왔다. 그러나 미국은 인도네시아에 개입할 경우 인도네시아는 물론 동남아 지역에 미칠 결과를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한다. 인도네시아는 고통스러운 민주화 과정을 겪고 있다. 그런데 메가와티 대통령과 내각의 기반이 약하다. 인도네시아 정치권의 실세인 이슬람 정당들은 메가와티 대통령을 지지하기는 하지만 여성이라는 사실에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다.

미국이 테러척결을 내세워 인도네시아 국정에 개입하고 메가와티 정권과 손을 잡을 경우 인도네시아 정치권은 내분에 휘말릴 수 있으며 민주주의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테러척결을 위해 미국은 인도네시아 군부세력과 필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하지만 99년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 침략에 대한 국제사회의 심판이 아직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군부세력에 대한 미국의 협력은 그릇된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즉 미국이 30여년 동안 민주화의 걸림돌이 돼온 군부를 지지하는 것으로 비쳐져 미국의 정책만 따를 경우 민주주의에 반해도 무방하다는 메시지(이는 한국의 과거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는 나아가 인권침해 소지도 남겨놓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령 일부 지역에서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는 분리독립운동 등도 고려해야 하는 중요 사항이다. 인도네시아 국민 대다수는 이슬람 신도들이지만 수마트라나 몰루카 등지에서는 기독교 신자들이 모여 살고 있다. 그리고 지난 3년간 이슬람과 기독교인들간의 분쟁은 피비린내 나는 유혈사태를 초래해 수천명이 희생됐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미국이 테러척결을 이유로 인도네시아 이슬람 단체들에 대한 압박을 가한다면 즉각적인 반감을 사게 되고, 이는 무력 충돌, 유혈사태 등 예측키 어려운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국익-세계평화 위해 자제를▼

만약 인도네시아 정부와 군부, 미국이 손을 잡고 테러척결에 나선다면 아체와 이리안자야 지역의 분리독립 움직임도 어려워질 것이다. 아체에선 올해 80여명이 인도네시아 보안경찰과 충돌해 사망하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것은 미국의 개입이 자칫 이슬람권에 대한 적대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미국의 개입은 알 카에다와 관련된 단체들을 척결할 수 있다 하더라도 미국의 장기적인 국익을 위해서나 대테러 전쟁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럴 경우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는 큰 상처를 입을 것이고, 독재 군부세력이 더욱 힘을 얻을 것이며. 국제사회 또한 이를 환영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임스 코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국가방위아카데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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