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금융]42조 국민주택기금 관리권 쟁탈전

  • 입력 2002년 1월 21일 18시 06분


총 42조원에 이르는 국민주택기금의 위탁관리권을 차지하기 위해 국민은행과 우리금융그룹이 격돌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국민은행(옛 주택은행)이 독점관리해왔으나 한빛은행을 중심으로 한 우리금융그룹은 ‘외국인이 대주주인 은행이 정부기금을 관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관리권 이양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공공기금을 민간은행이 독점관리하는 것은 기금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국민과 한빛은행이 나눠 관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우리금융, “순수 정부은행이 맡아야”〓이덕훈 한빛은행장은 최근 단호한 어조로 “올 상반기까지 국민주택기금의 관리권을 넘겨받겠다”고 말했다.

한빛은행은 국민주택기금 3조원을 관리하던 평화은행을 흡수합병했고 서울시금고를 운영한 경험이 있어 기금관리 능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정부도 기금관리로 인한 수익이 국내은행으로 돌아가야지 외국인 지분이 70%를 넘는 국민은행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전광우 부회장은 “자회사인 일부 지방은행을 활용하면 전국적인 지점망도 갖춰진다”며 “빠른 시일 안에 필요한 전산프로그램 개발 등을 마치겠다”고 말했다.

우리금융그룹이 그토록 기금관리를 원하는 것은 200만명인 기금대출자를 광범위한 소매금융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

▽국민은행, “놓칠 수 없다”〓국민은행 관계자는 “기금관리를 위해 20년 동안 엄청난 투자를 했기 때문에 한빛은행이 이를 가져갈 경우 중복투자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훨씬 더 크다”고 반박했다. 현재 39조원을 관리하며 정부로부터 연간 1500억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지만 관리비용에 크게 못 미쳐 손실이 난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기금관리업무가 수익면에서는 큰 도움이 안되지만 이 업무를 한빛은행에 빼앗길 경우 기금관련 인력을 대폭 줄여야 하고 소매금융 기반도 크게 약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기금관리도 경쟁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 아래 신규대출은 한빛은행이, 기존대출은 국민은행이 관리하는 방식을 검토중이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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