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홍성일/‘주가 1000’ 고지가 저긴데…

  • 입력 2002년 1월 18일 18시 12분


2002년 들어 한국경제에 대한 대내외의 긍정적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반짝했던 경기가 다시 가라앉으면서 기나긴 침체의 터널을 지나야 했던 한국으로서는 반갑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새해 처음 열린 증시에서 주가는 거래소가 31.25포인트, 코스닥이 2.14포인트 오르면서 산뜻하게 출발했다. 연초 ‘1월 효과’에 대한 기대감과 반도체산업을 비롯한 경기회복 전망이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앞으로의 증시를 속단할 수는 없지만 한국 증시는 대세상승의 초기국면에 진입했다는 설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정책 당국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상반기 3%, 하반기 5%로 연간 4% 이상을 보이고 소비자물가와 실업률이 3%대에서 안정을 이루며 경상수지는 40억∼50억달러의 흑자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런 전망은 민간경제연구소의 관측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새해 경제회복의 낙관론을 높여주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투자신탁증권도 서울대 경제연구소와 거시경제 예측모델을 통해 공동 분석한 결과 올해 GDP성장률을 연 4.1%로 예측했다.

문제는 이 같은 전망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되느냐에 달려 있다. 경기의 체감온도는 종합주가지수가 말해 준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올해 한국 증시는 대략 800∼950대 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 증시는 과거 일시적이나마 지수 1000선을 4차례나 돌파한 적이 있어 올해도 1000선에 안착하지 말라는 법 또한 없다.

그러나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있는 한 주가 1000포인트 시대는 멀어 보인다. 국제시장에서 항상 저평가를 받는 한국 기업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 내느냐는 문제가 새삼 화두로 떠오르는 셈이다.

따라서 기업경영의 불투명성, 불공정거래, 대주주의 잘못된 경영 행태 같은 요소들은 모두 사라져야만 한다. 여기에 더해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정치논리와 경제논리의 엄격한 구분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건전한 경제풍토가 조성되고 확립된다면 증시 1000포인트 시대는 의외로 빨리 다가올지도 모른다.

최근 ‘21세기 한국의 국가경쟁력’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은 현재 24위의 국가경쟁력을 장기적으로 세계 3위로까지 도약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서 빠지지 않고 전제된 첫 번째 조건은 경제에 대한 정치적 논리의 배제와 은행 수익성, 그리고 기업투명성의 확보였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새해 들어 언론에 비친 재계 최고경영자(CEO)들의 각오는 새로웠다. 지난해 흑자기업은 더욱 공격적인 수익성 위주의 경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적자였던 기업은 나름대로 새 출발의 의지를 다지며 시련을 성공의 기회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적절하고도 중요한 선언이자 다짐들이다. 투자자와 외국인은 이러한 기업들의 앞날을 더욱 주의 깊게 바라보게 될 것임은 물론이다.

새해도 벌써 1월의 절반 이상이 지나갔다. 과연 2002년에는 주가 1000포인트의 공든 탑을 다시 쌓을 수 있을 것인가.

그동안 우리는 지나치게 남의 탓으로 돌리는 데 익숙해 있었다. 이제는 모두가 원칙과 정도를 지키는 투자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주가 1000포인트 시대를 맞이하는 성숙된 시민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홍성일 한국투자신탁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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