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유시어터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 연일 성황

  • 입력 2002년 1월 15일 18시 48분


“아직 아기가 없습니다. 나중에 우리 아기가 생기고 커서 같이 볼 수 있게 그때까지 연극이 계속됐으면 합니다.”

극단 ‘유’의 연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를 본 관객이 극단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다.

지난해 5월 초연된 이 작품은 잇따른 매진 사례로 화제를 낳고 있다. 5일 시작된 앙코르 공연은 2월10일까지 예정돼 있지만 이미 한주만에 입장권이 매진됐다. 홈페이지에는 “군대가기 전 꼭 보고 싶다” “애인과 만난지 300일 기념으로 공연을 보기로 약속했다” 등 표를 구한다는 ‘호소성’ 사연이 200여건이나 올라왔다.

‘백설공주…’의 인기는 만성적인 불황에 시달리는 연극계에서 이례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처음 아동극으로 시작됐지만 차츰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입소문이 났다.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의 눈을 통해 낯익은 백설공주 스토리를 다시 그렸다. 난쟁이 반달이는 못된 왕비의 계략에 빠진 백설공주를 구하기 위해 온갖 위험을 겪는다. 하지만 벙어리인 반달이는 끝내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지 못하고 왕자와 공주의 결혼식에서 춤을 춘 뒤 상사병을 앓다 숨을 거둔다.

훗날 왕비가 된 공주가 마법의 거울에게 묻는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한 사람은 누구니?”

“왕비님을 가장 사랑하는 분은 지금 왕이 되신 왕자님입니다.…. 하지만 왕비님을 가장 사랑했던 분은 안개 숲에 잠들어 계신 난쟁이 반달님이랍니다.”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대목에 이르면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터져나온다.

이 작품은 서울국제아동청소년 연극제에서 최우수작품상 연출상 연기상 등 주요 3개 부문을 수상했고 연극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연극 베스트 5’에 뽑히기도 했다. 유시어터에 따르면 현재까지 130여회의 공연을 통해 3만여명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백설공주 바람’은 지난해 9월 공연 장면이 가수 이기찬의 뮤직비디오 ‘또 한번 사랑은 가고’에 사용된 데 이어 출판과 애니매이션 분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작품은 이달말 삽화와 스토리가 결합된 책으로 출판된다. 지난해말 발기인 모임을 가진 ‘반달이 팬클럽’은 회원 수가 3500여명에 이른다.

연출자 박승걸(31)은 “애니매이션으로 제작하자는 제안도 받고 있다”면서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3월 공연이 확정됐다”고 말했다. 현장 판매하는 일부 입장권이 남아 있다. 10일까지 평일 오후7시, 주말 오후4시 7시 서울 청담동 유시어터. 1만5000원. 02-3444-0651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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