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후두암 병력 '금연 전도사' 안문균씨

  • 입력 2002년 1월 13일 18시 00분


“스트레스 때문에 담배를 피운다는 사람은 담배 때문에 목소리를 잃거나 죽음을 앞둔 스트레스를 생각해 보세요.”

1990년 후두암으로 성대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안문균씨(60·사진)는 담배를 끊을 수 있었던 순간들을 놓친 것이 아쉽기만 하다. 그는 고 3때부터 30여년 동안 하루 한 갑 반씩 담배를 피웠다. 30대 후반에 목에 결절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고 40대 초 호흡 곤란으로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금연을 시도했다가도 금단현상이 일어나면 ‘설마’하면서 담배를 다시 입에 물었다.

그는 결국 살기 위해 성대를 도려내고 목소리를 잃어버려야만 했다. 지금은 식도발성법으로 간신히 의사표현을 하지만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이 적잖아 낭패를 겪을 때가 많다.

안씨는 “말 못하는 서러움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른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중대사를 결정할 때 무엇인가 말하고 싶어도 보고만 있어야만 했다. 죽고 싶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92년 식도로 공기를 불어넣어 말을 하는 ‘식도 발성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국내 처음으로 문을 연 ‘음성재활교실’에 참여한 것이다.

그는 ‘말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며 훈련을 거듭했다. 결국 조금씩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지금은 상대방이 귀담아 들으면 말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까지 ‘발전’했다.

안씨는 후두암 진단 전 무역업을 했지만 지금은 ‘금연 전도사’가 본업이 됐다. 99년 우연한 기회에 서울 강남구 수서청소년회관의 금연 교육 강사로 초청받아 갔다가 이제는 본격적으로 나섰다.

“청소년들은 제가 쇳물 끓는 소리로 말한 한 마디 한 마디에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울면서 절대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는 아이도 있습니다. 흡연은 멋도 습관도 아닙니다. 저주받을 병입니다. 정말 담배 끊으셔야 합니다.

이성주 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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