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대통령이 해야 할 말

  • 입력 2002년 1월 11일 18시 25분


온 나라가 부정과 비리로 얼룩진 모습이다. 정권의 핵심부마저 온갖 ‘게이트’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검찰 등 국가권력의 핵심이 요즘처럼 부정과 비리에 물든 적은 없었다. 정권에 대한 신뢰와 도덕적 기반도 함께 무너져 내리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당장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하루빨리 부패한 권력의 핵심을 깨끗이 정리하고 건전한 국가의 바탕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은 정권의 성패가 결정되는 중대한 시점이다. 현 정권이 스스로 더럽혀 놓은 ‘판’을 말끔히 청소하고 다음 정권이 부담 없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의 ‘게이트’가 다음 정권의 또 다른 족쇄가 되어 쓸데없이 국력만 소모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 대통령은 작년 11월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하면서 국정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실시되는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 그리고 월드컵축구대회 등 그야말로 국가 중대사에 최선을 다하고 물러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연초에도 김 대통령은 국정에만 전념할 뜻임을 거듭 밝히면서 “튼튼한 도약의 기반을 닦아 다음 정권이 부담 없이 승승장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의 이 같은 의지 표명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김 대통령이 ‘게이트’의 온상이 된 권력의 핵심에 대해 당장 대수술을 단행하지 않으면 본인이나 국민이 바라는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부패한 권력 핵심을 그대로 껴안고 가는 한, 우선 국민이 등을 돌릴 것이며 다음 정권을 위한 튼튼한 기반도 마련될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부패한 권력 핵심은 끊임없이 부정과 비리를 숨기려 들고 그러다 보면 곪은 구석이 또 새롭게 드러나 남은 임기 1년도 지금과 같은 상황만 되풀이할 것이 뻔하다.

현 정권의 임기는 얼마 남지 않았으나 할 일은 어느 때보다 많다. 국운이 걸린 일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부패한 권력 핵심에 대한 대수술의 기회를 놓치고 연이은 국가 대사에 그대로 휩쓸려 들어갈지도 모른다.

김 대통령은 14일 연두기자회견을 통해 임기 마지막 해의 전반적인 국정운영 방향을 밝힐 것이라고 한다. 자신의 정치 생명과 국운을 위해 일대 결단을 내린다는 각오로 권력 핵심의 부정과 비리에 대한 가차없는 척결 방안을 밝히기 바란다. 그래야 김 대통령 스스로가 강조하고 있는, 국정운영에만 전념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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