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한국의 애널리스트(하)]분석력-책임감 갖춰야 '고수'

  • 입력 2002년 1월 8일 17시 32분


15개 증권사 61명의 애널리스트 가운데 86.9%가 ‘펀드매니저의 투표에 의해 결정되는 지금의 베스트 애널리스트 선정 방식은 공정하지 않다’고 본다면 그들 스스로는 어떤 기준에 의한 평가를 받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할까.

61명의 전략가에게 최고 투자전략가의 조건이 무엇인지, 그리고 실제 누가 최고인지를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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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애널리스트<상>

또 수억원대의 연봉을 받으며 명성을 떨치는 리서치헤드(증권사에서 애널리스트를 총괄하는 담당 임원)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와 누가 한국 최고 리서치헤드인지도 함께 물었다.

▽‘최고’의 기준〓펀드매니저들이 베스트 애널리스트 선정을 위한 투표를 할 때 가장 크게 고려하는 기준은 애널리스트의 명성과 그들이 투자설명회 때 보여주는 마케팅 능력. 그러나 61명의 전략가 중 ‘펀드매니저나 기관투자가를 설득하는 능력’을 최고 애널리스트의 기준으로 꼽은 이는 단 한 명뿐이었다.

대신 주관과 소신 있는 분석(10명), 시장에 대한 애정과 열정, 투자자에 대한 책임감(각 9명), 논리적인 분석 능력(8명) 등이 주류를 이뤘다.

특히 ‘겸손과 자기 반성’이 6명으로부터 지지를 얻어 눈길을 끌었다.

한 전략가는 답변을 통해 “애널리스트가 점쟁이가 아닌 이상 100% 시황을 적중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자기가 잘못 생각했을 때 이를 반성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지금 한국의 애널리스트들은 자신의 예상이 맞으면 크게 떠벌리지만, 틀리면 도무지 반성을 하지 않는다. 잘난 체 해야 몸값이 올라가는 이상한 구조가 자리잡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보통 수억원대 연봉을 자랑하는 리서치헤드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31명)이 “억대 연봉에 걸맞은 역할을 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증시 분석의 과학화를 주도했고 또 몸담고 있는 회사의 홍보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 이유.

반면 “이들이 돈 값을 못한다”는 답변은 18명(29.5%)이었다. 이 가운데 “대부분 리서치헤드는 철학도 없고 분석능력도 떨어진다” “연예인처럼 인기 관리에만 치중한다”는 등의 혹독한 비판도 있었다.

투자전략가들이 뽑은 최고 투자전략가
순위이름소속득표
1이정호미래에셋10
2이종우대우5
3박재훈
김영익
이근모
동양
대신
굿모닝
4
4조익재
알프레드박
메리츠
동양
3
5강성모
오현석
동원
현대
2

투자전력가들이 뽑은 최고 리서치헤드
순위이름소속득표
1이근모굿모닝16
2이남우삼성11
3정태욱현대6
4박만순미래에셋4
5장득수신영3

▽최고 전략가와 최고 리서치헤드〓전략가들이 직접 뽑은 최고의 투자전략가는 미래에셋의 이정호 연구원. 이연구원을 지지한 전략가는 모두 10명이었다.

1표씩 얻은 후보가 14명, 1표 이상 얻은 후보가 모두 23명이었을 정도로 표가 분산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연구원이 얻은 10표는 상당히 높은 비율. 현학적이지 않으면서도 차분하고 논리적인 분석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 이연구원을 높게 평가한 이유.

대우증권 이종우 연구위원이 5표의 지지를 얻으며 2위에 올랐고 박재훈(동양) 김영익(대신) 이근모(굿모닝) 조익재(메리츠) 알프레드박(동양) 강성모(동원) 오현석(현대) 연구원 등이 2명 이상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최고 리서치헤드로는 재벌 계열사가 아닌 굿모닝증권 리서치팀을 재벌계열사 못지 않은 강팀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이근모 전무가 16표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또 삼성증권 이남우 상무가 “한국 증권사에서 리서치팀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데 기여했다”는 평가와 함께 11표로 그 뒤를 이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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