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 엿보기]"신기록 부담 덜었네" 나이츠 덤덤

  • 입력 2001년 12월 30일 17시 59분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징크스 하나쯤은 갖고 있다. 한 프로농구 감독은 연승을 하면 늘 같은 양복을 입고 코트에 나선다. 마치 그 옷이 승리라도 ‘물어다 준다’고 믿기라도 하듯이.

11연승을 달렸던 SK나이츠는 어떨까. 평소 농구화 여러 켤레를 번갈아 신는 나이츠 서장훈이 요즘은 냄새가 좀 나더라도 꼬박꼬박 똑같은 신발을 챙겨 신는다. 운동화를 바꿔 신으면 행운이 달아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까.

서장훈에 따르면 요즘 동료들과 숙소에서 식사를 할 때면 다들 말도 없이 조심스럽게 밥을 먹는다고 했다. 웃고 떠들다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떨어뜨리면 부정이라도 탈까 싶었다는 것.

처음에는 이길 때마다 신바람이 났으나 연승 행진에 대한 주위의 관심이 커지면서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징크스까지 생겨 오히려 부담이 많았다는 얘기.

신기록 달성이 걸렸던 30일 잠실 KCC전에서도 나이츠 선수들은 굳은 표정이었고 비록 패했지만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이들의 얼굴에서는 승리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난 홀가분함이 내비쳤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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