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박찬호의 AL전성시대

  • 입력 2001년 12월 27일 00시 41분


박찬호, 드디어 아메리칸 리그로!

역시 힉스와 하트. 줄다리기의 연속인 계약을 윈윈으로 이끄는 법을 제대로 아는 그들이 박찬호를 낯선 땅 텍사스로 이끌고 말았다.

그가 생면부지의 땅으로 향하게 된 데에는 담합이라고 일컬어질 만치 구단들의 투자가 예년보다 적었고 기존의 특급계약 FA들이 보여준 장기 고액계약 후의 해이함을 볼 때 쉽사리 선택하기 힘든 딜레마가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의 텍사스 행으로 인해 고국의 팬들은 즐거워졌다.

첫째, 거의 외우다시피 익숙해져 버린 NL팀들을 떠나 화려한 공격력의 AL 야구를 접하게 되었다. 둘째, 팀 내에서는 에이라드, 퍼지, 팔메이로 등 특급 스타들이 즐비한 팀이라 MLB 최고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셋째, 만년 우승후보 양키스와 맞경기를 펼치고 박찬호와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세기의 대결을 구경하고 이치로와 맞대결을 펼치는 등 볼거리, 흥미거리가 다양하다

어쨌거나 스스로가 선택한 제2의 선수인생이다. 박찬호 선수가 과연 전혀 새로운 AL에서 작년까지 한층 무르익은 기량을 만개해 보일지 불행한 답보의 굴레 속에 머물지 팬들로서는 초미의 관심이 쏠리는 더욱 의미 깊어진 2002 시즌이다. 이에 텍사스 전력을 분석해보고 내년도 전망을 간략히 짚어본다.

투수진 ? 당장 에이스로 뛰어달라!

텍사스가 박찬호를 원하는 이유는 단 하나, 에이스를 원하기 때문이다.

박찬호가 에이스를 맡는다면 2선발은 애런 실리(곧 영입 예정)가 될 공산이 가장 높다. 3선발로 적당하던 대런 올리버는 트레이드 되었고 남은 건 작년도 에이스이지만 전혀 에이스답지 못했던 릭 헬링과 케니 로저스, 잔류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저스틴 톰슨과 헬링을 제외하고라도 3,4,5 선발을 맡아줄 선수들은 데이브 버바, 로저스, 랍 벨 등이 있으나 아직 부족한 메이저-마이너급의 랍 벨 같은 투수들이 중용될 가능성이 높아 선발진이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가능하다면 조금 무리해서라도 시즌 중 1명 정도 2,3선발급 중견투수를 추가영입 함이 옳다고 보여진다.

물론 월드시리즈를 노릴 선발진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확실한 1선발과 약팀이라면 1선발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탄탄한 2선발급 2명이 있어 결코 나쁘지 않다. 또한 잃은 만큼 충분히 쫓아가 줄 수 있는 타선이 있기에 성급하게 낙제점을 줄수만은 없는 로테이션이다.

또한 굳이 루벤 마테오를 내주고 데려온 랍 벨도 장래성 만큼은 무시할 수 없는 영건이며 역시 불펜에서 선발진입만을 기다리고 있는 토드 반 포펠(이번 겨울 트레이드 중 가장 알짜가 아닐까?)과 아직은 미숙한 아론 미예테 등이 로테이션의 구멍만큼은 내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조반니 시데뇨 등 마이너리그에서 성장중인 투수들도 기대의 대상이다.

불펜진의 압권은 역시 포펠과 짐머맨이다. 둘 다 2점 대의 방어율을 기록하였고 짐머맨은 공석이었던 마무리 자리에 대한 논란을 28세이브로 깔끔히 잠재워 주었다. 게다가 노장 제이 파월의 합세로 결코 경기 후반에 대역전극을 당하는 일은 흔치 않을 것이다. 이 셋이 부상만 없이 셋업과 마무리를 나누어 맡아주면 뒷문은 차라리 다져스보다 월등히 낫다.

중간계투진의 좌완으로는 KKK단 텍사스 지부장이 유력해진(^^) 라커와 마이크 베나프로가 번갈아 적당한 활약을 해 줄 것으로 보인다. 우완으로는 3점 대 방어율의 후안 모레노와 프란시스코 코르데로, 랍 벨 등이 그 역할을 다해 줄 것이다.

그러나 팀은 앨링턴을 홈 구장으로 쓰면서 40도의 혹서와 습기에 시달려야 한다. 박찬호로서는 지나친 더위에 약했던 면과 플로리다 등 습도 많은 지방에서 약세에 시달렸던 점을 확실히 만회해주어야 한다. 특히나 올해 허리 부상 이후 하체 운동(달리기)을 못해 버팀 다리가 튼튼치 못해 구속이 150km 이하로 떨어진 것을 생각하면 더욱 분기일심하여 하체 훈련과 스테미너 관리에 신경을 쏟아야 한다. 놀란 라이언도 불혹의 나이에 앨링턴에서 살인적인 광속구를 뿌려댔다. 자기관리의 진수를 보여줄 때다.

작년도 텍사스의 몰락도 선발진의 줄 이은 붕괴에 의한 것이지 결코 불펜과 구원투수의 난조 때문이 아니었기에 괜찮은 선발감 3명과 그럭저럭 꾸준한 1명(버바 ^^), 진짜 좋은 구원진 2명을 영입해 낸 올해 전력은 결코 내년에도 맥없이 마운드가 무너지리라고 예상하기는 어렵게 만든다. 작년 텍사스 마운드에 55점을 준다면 올해 겨울 라인업은 조금 후하게 쳐서 80점까지도 줄 수 있다.(리그 최강을 100점으로 볼 때)

타선 ? 말이 필요 없는 핵타선

타선 부분에서도 앨링턴 파크가 거론된다. 앨링턴이 전통적으로 타자들의 구장이란 것이다.

에이라드를 놓고서 국내 언론들만은 유독 그가 올해 52개의 기록적 홈런 (유격수로서는 물론 1루수를 제외한 내야수로서 역대 1위)을 기록한 것이 앨링턴 파크가 무중력 구장 쿠어스 필드(콜로라 로키스의 홈 구장, 고산지대에 만들어져 대기가 희박해 공이 멀리 나감)의 AL 버전이나 다를 바 없어 그의 기록이 인정을 받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심각한 오류가 아닐 수 없다.

실제 그의 올해 홈런 기록을 보면 홈 경기와 원정경기에서 똑같이 26개씩 홈런을 쳐냈다. 2000년의 경우 홈에서 13개, 원정에서 28개였는데 이것은 시애틀이 펜스가 멀어 극단적인 투수구장인 세이프코 필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즉, 정상적인 타력을 보일 수 있는 앨링턴으로 와서 그가 원정과 똑 같은 조건을 보여준 것이지 홈 구장의 덕을 봐서 홈런왕이 된 것은 결코 아니란 사실이다. 이것은 에이라드 이외의 팀 내에서 20홈런 이상을 친 4명의 성적을 비교해보면 금방 드러난다. 퍼지(팀 내 3위, 홈 16 / 원정 9)만이 유독 홈 구장의 잇점을 많이 봤을 뿐 라파엘 팔메이로(팀 내 2위, 총 47홈런 중, 홈 23 / 원정 24), 루벤 시에라(팀 내 4위, 홈 13 / 원정 10) 등은 오히려 원정에서 더 많이 홈런을 날렸거나 엇비슷하다.

물론 투수들을 녹초가 되게 만드는 지역의 기후상 타자들이 유리한 위치에 점하는 것만은 사실이며 그 때문에 앨링턴이 파크팩터에서 가장 상위권을 차지하곤 한다. 하지만 이것은 그간 득점지원에 애태우던 박찬호로서는 호재가 될 것이다. (단, 그가 타선이 얻어주는 득점 이상으로 잃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전체적으로 타선의 구멍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올스타급 3명(에이라드, 퍼지, 팔메이로)을 제외하고도 러스티 그리어(건강하기만 하다면)와 프랭크 카탈라노토, 루벤 시에라 등이 번갈아 맡을 좌익수와 지명타자의 자리도 꽉찬 느낌이다. 또 외야의 오른쪽에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근육맨(피트니스 같은 헬스 잡지의 표지모델로까지 나오는) 게이브 케플러가 있다. (그가 아직 20홈런을 넘긴 시즌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시 야구는 힘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마이크 영(2B)과 마이크 램(3B)의 두 내야 마이크들이 다소 정확도 또는 파괴력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

불만 많기로 항차 데이비드 웰스의 후계자가 될 것 같던 루벤 마테오가 트레이드된 뒤 그 자리를 칼 에버릿이 맡게 되어 결국 텍사스 외야의 한 자리는 늘 리그 최고의 불평꾼의 자리가 될 것 같다. 그러나 하트는 알버트 벨과 라커를 다뤄본 경력이 있다. 이 점을 구단주도 믿었을 것이다.

게다가 백업 1루수로 뛰었던 카를로스 페냐가 확실히 빅리그에 적응해가고 있고 마이너리그에서 페냐와 자웅을 겨루던 특급 텍세리아가 램의 취약한 3루를 노리고 있다. (실제 2001년 타격 2위 카탈라노토가 원체 뛰어난 유틸리티맨이라 그를 믿고 램을 팔 것이란 루머도 있다.)

리키 레데이와 게이브 케플러, 마이크 램 등 3명 중 1명은 트레이드될 예상이다. 물론 대가는 선발투수.

전체적으로 타선은 올해 급조되어 다소 짜임새가 떨어지던 문제를 극복, 내년도에는 더욱 플러스된 전력을 보일 전망이다. 역시 관건은 그리어나 시에라 같은 노장들과 퍼지 같은 허슬 플레이어들의 건강(인터넷에서 퍼지가 손가락이 부러진 뒤 더 단단하게 붙어서 이제는 도루저지를 하다가 배트와 부딪히면 배트가 부러질 거란 괴담이 있다 -_-;;)과 에버릿이 얼마나 얌전히 자신의 실력을 다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 하는 점이다.

작년 타선을 85점을 준다면 올해는 95점까지 줄 수 있다. 페냐와 텍세리아만 확실히 성장해 준다면 빈틈이 없는 리그 최강 타선이 될 것이다.

수비 ? 문제없다!

리그 최강의 안방마님이 계시다. 사실 박찬호에게 이것보다 반가운 소식이 있을까? 퍼지를 트레이드할 것이란 소문이 무성했지만 이런 전력보강을 통해 확실한 성적향상만 꾀해진다면 프랜차이즈 플레이어를 팔 이유가 없다.

미국인들은 백인 마이크 피아자를 더 좋아하지만 야구를 진정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라면 그를 좌익수나 지명타자 쯤으로 생각하고 현존하는 최강 포수의 자리는 오로지 퍼지에게 영예가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퍼지처럼 공수를 갖춘 종합형 포수는 제이슨 켄달과 마이크 리버썰, 하비 로페스 정도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잦은 부상에 시달리거나 체력저하로 벌써 포지션 이동을 고려하지만 이제서야 진짜 전성기의 나이에 오른 퍼지는 지칠 줄을 모른다. 안그래도 도루 시도조차 별로 못해볼 만큼 셋 포지션이 좋은 박찬호와 역대 최강 50%대의 도루저지율의 사나이 퍼지가 함께 배터리를 이루는 날은 상대팀 주자들은 도루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할 처지가 될 듯하다.

내야는 올스타급이다. 올스타 에이라드와 팔메이로가 골드글러브까지 수상하며 버텨 섰고 마이크 영의 2루도 골드글러브감이다. 마이크 램의 3루가 조금 헐겁지만 리그 최고의 유틸리티맨 카탈라노토(유틸리티맨이 타격 2위라면 믿을 수 있을까! 적응력만큼은 발군인 선수)가 있어 결코 내야에 어이없는 구멍 날 일은 없다.

외야는 이치로 급 강견은 없어도 전체적으로 무난하다. 특히 카탈라노토의 타격을 위해 그를 좌익수로 자주 기용할 가능성도 많은데 그의 좋은 수비력을 살려주는 결과도 될 것이다. 에버릿, 레데이, 케플러, 그리어 어느 하나 수비력에서 흠을 잡을 선수는 없다.

올해 갤러라가, 캐미니티 파동으로 불안했던 내야를 생각하면 올 겨울 야수진은 전체적으로 90점은 줄 수 있다.

종합 전력

텍사스도 약점은 있다. 선두타자의 부재이다. 퍼지, 그리어, 카탈라노토, 에버릿 등 1번에 놓아도 좋은 선수들은 많지만 정작 1번에 놓으면 약해지거나 1번에 놓기가 아까운 선수들이다. 만약 텍사스가 루이스 카스티요 같은 A급 리드오프히터를 얻기만 한다면 비룡승천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텍사스는 뉴욕 팀들과 더불어 올 겨울 가장 적극적인 전력보강에 나선 팀 중의 하나이다. 결과적으로 전력보강을 남들보다 빨리 끝내 내년 준비가 빨라지게 되었고 팀의 결집력과 기량향상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되었다.

언론에 주목 받을 스타가 많기에 팀 성적만 선두권으로 복귀한다면 박찬호로서도 올해 올스타 선정이후 꾸준한 전국구 스타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게다가 AL서부지구의 시애틀이 올해보다 더 나아질 수는 없기에(브렛 분이 설마 40홈런을 칠까? 쿠어스에서 하산한 시릴로가 작년만큼 해낼까? 한 살 더 먹은 모이어와 에드가가 과연 어느 정도 해줄까? 공 끝이 간파당하기 시작한 사사키가 전통적으로 일본 프로출신 선수들의 한계점인 3년 고비를 넘길 수 있을까?), 선발 3인방(헛슨, 멀더, 지토)을 제외하고는 지암비를 잃어 기둥이 무너지고 데이먼을 잃어 또 다시 거북이 구단이 된 오클랜드가 작년만 못할 것이 분명하고 힛독 모 본이 갈팡질팡하는 애너하임을 크게 걱정할 이유가 없다.

전체적으로 내년 AL 서부지구의 구도를 3강 1약(애너하임)으로 보았을 때 올해처럼 어이없는 선발진의 조기 붕괴현상만 없다면 지구 선두다툼 대열에서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더욱이 텍사스에게는 역대 3번 진출한 포스트시즌에서 모두 양키스에게 완전히 짓밟혔던 과거를 앙갚음해 줄 숙제가 남아있다. 이래저래 박찬호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이유이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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