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 ‘가로등 논쟁’…별을 볼까? 밤거리 밝힐까?

  • 입력 2001년 12월 26일 18시 02분


미국 뉴욕에서 가로등의 밝기를 둘러싸고 때아닌 ‘어둠과 빛’의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9·11테러로 수천명이 희생된 도시에서 한가롭게까지 들리는 이 논쟁의 핵심은 가로등의 조명밝기를 제한해 밤에 별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주 법안의 통과 여부. 법안은 특히 가로등 불빛을 하늘이 아니라 지상으로 향하도록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천문학자 등이 중심이 된 ‘어두운 밤’의 지지세력과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 등이 주축이 된 ‘밝은 밤’의 지지자들이 이 법안에 대한 조지 파타키 뉴욕주지사의 거부권 행사를 놓고 뉴욕판 ‘스타워즈’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법안 통과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세력은 천문학자들이 주축이 된 ‘국제 어두운 하늘협회’회원들과 환경론자들. 이들은 가로등과 같은 조명시스템을 일종의 공해로 보고 있다.

도시의 밝은 조명은 엄청난 전력소모로 재정낭비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밤하늘의 별을 가리고 야생동물의 생활리듬을 해친다는 것.

‘어두운 하늘 협회’의 데이비드 크로퍼드는 “미국민들의 70%가 ‘조명 공해’ 때문에 밤하늘의 은하수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욕시의 범죄를 줄이는 데 주력해 온 줄리아니 시장은 어두운 밤거리가 범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주지사의 거부권 행사를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그는 가로등의 방향을 바꾸는 데만도 7억달러의 비용이 든다고 지적한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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