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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6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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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는 일본의 10년 불황이 빚어낸 산물이다. 장기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금리를 낮추고 재정자금을 대거 투입해왔으나 번번이 실패한 일본은 마지막 카드로 엔저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고질병인 부실채권문제를 해결하려면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나 사실상 개혁을 포기한 일본은 엔저를 방관하면서 수출이 늘고 수입물가도 올라 디플레이션이 극복되기를 바라고 있다. 일본의 의도는 해외로 전가시켜서라도 해결해 보겠다는 것이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이를 묵인함으로써 엔저를 부채질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엔화가치를 달러당 135엔, 심하면 달러당 140엔선까지도 내다보고 있다.
엔저로 아시아 각국이 수출에 타격을 입게 될 경우 저마다 자국화폐의 평가절하를 추진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엔저는 일본에도 큰 도움이 못되고 국제금융시장의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 이미 일본은 중국에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바 있어 국제적인 협력은커녕 ‘환율 전쟁’의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만에 하나 중국의 위안화도 평가절하되는 사태까지 이르면 아시아 경제가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우리에게 당장 떨어진 발등의 불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다. 엔저가 장기화될 경우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 주요 수출 품목이 일본 상품과의 경쟁에 밀려 수출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국제수지 흑자 기조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엔화가 10% 절하될 경우 수출은 27억달러가 줄어드는 반면 수입은 8억달러밖에 줄지 않아 무역수지는 19억달러 감소한다는 분석도 있다. 그런데 이미 엔화는 뉴욕테러가 터졌던 9월 중순에 비해 약 12%나 절하된 반면 원화는 4%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아 수출업체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런 급박한 사태에 정부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우리의 정책수단이 그리 많지 않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무책이 상책’이라는 식으로 안일하게 대응해서는 안 된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필요하다면 외환시장 개입과 새해 경제운용계획의 수정을 포함한 비상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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