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중국·일본 환율전쟁

  • 입력 2001년 12월 26일 16시 55분


중국 위안(元)화와 일본 엔(円)화가 포성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 통화당국이 엔화 가치가 떨어뜨리는 것은 ‘수출을 통해 경기를 띄우겠다’ 는 뜻으로 자신의 부담을 인근국에 떠넘기려는 ‘선린궁핍화 정책’ 으로 지적된다.

여기다 위안화가 엔화 속락을 견디다 못해 평가절하 쪽으로 돌아서면 중국과 직접적인 무역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은 궤멸적인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일본의 복안= 최근 엔화의 하락세는 미일 양국 정부의 합작품인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이 장기불황의 타개책으로 엔화 가치하락을 통한 수출촉진을 내걸고 미국이 이를 묵인한다는 것. 일본은 지난 달부터는 중국측에 “위안화 가치를 올려라” 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이른바 ‘국제적인 의무’ 를 다하라는 것.

사실 미국 경제의 침체로 전 세계가 무역수지 악화에 허덕이고 있지만 중국은 올 1∼10월동안 178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냈다. 같은 기간에 중국의 대일(對日) 무역수지 흑자액도 2조6700억엔에 이른다. 이 때문에 일본의 경제인 모임인 게이단렌(經團連) 등 일본내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환율에 인위적으로 개입하지만 않는다면 중국의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 때문에 위안화는 자연스레 절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선진권이 모두 엔화 약세를 묵인하고 있다” 며 “‘중·일간 환율전쟁’ 은 경우에 따라 중국과 다자국간 기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다” 고 말했다.

▽강경한 중국= 중국측의 현재 최대 관심사는 위안화의 안정. 여기에는 현재의 위안화 가치수준이 중국경제의 경쟁력 확보에 적당하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위안화는 중국이 94년 1월 이중환율제를 포기하면서 대폭적인 평가절하를 단행한 뒤 달러당 8위안대(26일 현재 달러당 8.27위안)를 지켜왔다. 공식적으로는 전날 종가의 ±3%내에서 움직이는 관리변동 환율제이지만 사실상 고정환율제나 마찬가지. 중국 정부는 위안화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경상수지 흑자가 날 때마다 외환시장에 개입, 달러를 사들였기 때문에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같은 중국측 태도에 비쳐볼 때 일본의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이와 관련, 주룽지 중국총리는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경제 문제는 스스로 풀어야 한다” 고 밝혀 일본측이 내부문제를 대외적으로 풀려한다는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시했다.

▽경쟁적 평가절하 우려= 중일간 환율전쟁은 △양국의 기술력 차이로 인해 수출시장 경합품목이 많지 않고 △일본의 거대기업들 대부분이 중국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전개방향을 전망하기가 쉽지는 않다.

한국산업은행 상하이지점의 민경동 지점장은 “중국도 점차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줄고 있어 환율 문제에서 양보하기는 어려울 것” 이라고 평가했다.

송치영 국민대 교수는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태국이 바트화를 평가절하한 이후 대만이 대만달러의 가치하락을 유도하는 ‘경쟁적 평가절하’ 에 나서는 바람에 한국의 대외수지가 더욱 악화됐던 교훈을 잊어선 안된다” 고 경고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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