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삼성생명 필립스 ‘성탄 축가’

  • 입력 2001년 12월 24일 17시 43분


삼성생명 정은순(오른쪽)이 금호생명 샘의 수비를 피해 골밑으로 대시하고 있다.
삼성생명 정은순(오른쪽)이 금호생명 샘의 수비를 피해 골밑으로 대시하고 있다.
“메리 크리스마스, 론다.”

24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뉴국민은행배 2002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 삼성생명 비추미와 금호생명 팰컨스의 경기.

삼성생명 용병 센터 테리 필립스는 팀의 승리가 확실해지자 갑자기 허공을 바라보며 이렇게 외쳤다.

론다는 삼성생명에서 함께 뛰는 용병 동료 론다 맵.

맵은 이날 고향 샬럿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가족과의 성탄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럼 경기는? 휴가를 보내야 하나, 보내지 말아야 하나 망설이는 코칭스태프 앞에 필립스가 나섰다. “내가 최선을 다해 뛸 테니 맵을 보내주세요.”

필립스가 누구인가. 올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뉴욕 리버티에서 주전센터로 뛰며 득점 7위, 리바운드 5위에 오른 베테랑.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명성에 걸맞지 않은 부진한 플레이로 애간장을 태우고 있는 장본인이 아니던가.

고민하던 유수종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번 혼자서 다 책임지게 해보자고…. 믿을 만한 맵이 있어 꾀를 부리는데 이번 기회에 버릇을 고치자는 계산도 작용했다.

결과는 ‘아주 잘 된 밥’이었다. 필립스가 약속대로 펄펄 날아 삼성생명이 89-66으로 대승을 거두고 2연승을 달렸다.

필립스는 4쿼터 종료 4분24초 전 팀이 25점이나 앞서 나갈 때까지 한번도 쉬지 않고 코트를 종횡무진하며 24득점에 15리바운드로 대활약을 펼쳤다.

필립스와 정은순(20득점 8리바운드) 더블포스트가 버티는 가운데 날쌘돌이 가드 이미선과 박선영마저 과감한 골밑돌파를 성공시키자 삼성생명은 이미 3쿼터에서 19점을 앞서며 손쉬운 승리를 거뒀다.

춘천호반체육관에서 벌어진 신세계 쿨캣과 한빛은행 한새전에선 올라운드 플레이어 정선민(24득점 16리바운드 6어시스트)이 버틴 신세계가 79-66으로 가볍게 상대를 꺾었다.

<수원〓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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