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선 불법조업 기승

  • 입력 2001년 12월 21일 20시 05분


6월 30일 한국과 중국간의 어업협정이 발효된 이후 조업 척수와 어획량 등이 제한된 우리측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들어와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어선들이 크게 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은 중국 저인망 어선들의 휴어기(休漁期)가 끝나면서 우리측 EEZ를 침범하는 어선들이 급증함에 따라 해상경비를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불법조업 실태〓 21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6월 말부터 현재까지 한중 어업협정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고 우리측 EEZ에서 불법 조업을 하다 나포된 중국어선은 총 113척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EEZ 무허가 조업이 53척 △입출역 통보를 하지 않거나 조업표시기, 어창용적도 등을 부착하지 않은 절차규칙 위반이 48건 △특정금지구역 침범 8건 등이다.

목포해양경찰서는 20일 오후 10시 반경 전남 신안군 홍도 북서쪽 30마일 해상에서 입역통보를 하지 않고 우리측 EEZ 해역을 3마일 침범해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선적 46t급 유자망어선 2척을 나포해 고등어와 멸치 등 11상자를 증거물로 압수했다.

제주해양경찰서도 1일 우리측 EEZ해역에서 무허가 조업을 한 중국선적 100t급 쌍끌이 저인망어선 2척을 나포했다.

해양경찰청이 우리측 EEZ를 침범한 중국어선들로부터 압수한 고기는 고급 어종에 속하는 조기와 삼치 231상자(6.9t)을 비롯 고등어 3018상자(90.5t), 멸치 573상자(17.1t), 잡어 2155상자(64.6t) 등 총 6500여상자(195t)에 이른다.

해경은 적발된 중국어선의 선장에 대해 ‘배타적 경제수역에서의 외국인 어업 등에 대한 주권적 권리의 행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250만원에서 최고 4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선원들은 어선에 태워 공해상으로 추방하고 있다.

▽왜 몰려드는가〓 우리측 EEZ에서 중국어선들의 불법조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은 한중어업협정 발효로 자국 내 어장규모가 크게 축소된데다 우리측 EEZ에서 조업할 수 있는 중국어선이 협정 발효 전 1만2000척에서 2769척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조업척수가 줄어들면서 어획량도 격감해 이를 만회하기 위해 협정 준수사항을 어기면서까지 조업에 나서고 있는 것.

중국정부가 정한 휴어기가 풀린 것도 한 원인. 중국정부는 자국 연안의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매년 6월부터 9월까지 자국내 유자망, 안강망 등 어선의 출어를 제한하고(저인망은 10월 중순까지) 있으나 휴어기가 끝나면서 어선들의 기습 조업이 늘고 있다.

목포해양경찰서 관계자는 “동해에서 주로 잡혔던 오징어가 올해는 서해 어장에도 형성되고 중국에서 비싼 값에 팔리는 조기와 삼치 등을 잡아 한몫을 챙기려는 어선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경비대책〓 어업협정 발효에도 불구하고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이 끊이지 않자 해경 등 관계 당국은 경비함정을 늘리는 등 해상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해양경찰청은 10월 중순부터 서남해안에 200t급 함정 3척을 추가로 배치했다. 또 해양수산부도 1500t급 어업지도선을 배치하는 한편 중국정부에 요청해 파견된 1000t급 어정선 등 2척과 함께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어업협정 발효 초기인데다 중국정부의 자국 내 어민들에 대한 홍보부족 등으로 우리측 EEZ에서 불법 조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경미한 위반사항이라도 철저히 적발해 벌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히 대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목포〓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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