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누가 LG 세이커스를 죽였는가(2)

  • 입력 2001년 12월 20일 14시 56분


2.승자와 패자-(1)

“ (LG) 에릭 이버츠+맬릭 에반스+2 = 마이클 매덕스+칼 보이드+ 2(코리아텐더) “

PPG
RPG
APG
PPG
RPG
APG
마이클 매덕스(여수)
25.0
8.9
3.0
에릭 이버츠(L G)
24.8
10.8
1.4
마이클 매덕스(L G)
24.6
7.6
3.0
에릭 이버츠(여수)
31.0
13.3
2.3
칼 보이드(여수)
22.0
12.4
1.2
맬릭 에반스(L G)
16.4
10.1
2.0
칼 보이드(LG)
18.6
13.0
2.0
맬릭 에반스(여수)
17.6
11.0
3.0
*짙은 색깔로 처리된 부분은 이적 후 기록입니다. 이적 후 기록은 이들이 각각 3경기까지 출장한 기록입니다.

개인적으로 어떤 트레이드를 하더라도 승자와 패가가 있기는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Win-Win 트레이드라는 말도 있지만 그런 ‘이상’은 현실 세계에선 그리 쉽게 나오기 힘들다고 생각하며, 그런 면에서 볼 때 과연 이번 ‘거래’에서 이익을 본 팀은 어느 쪽일까?

이야기를 꺼내기 쉬운 여수부터 생각해보자. 앞에서도 말했듯 이 팀이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서 잃을 것은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설마 김병천-김동환이 코리아텐더에 계속 있었으면, 더 많은 출장 시간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반면 두 명의 외국인 선수와 푸르미가 함께 받아온 황진원과 이홍수는 나름대로 롤 플레이어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거다. 특히 황진원의 경우 푸르미에서 3점 슛터이자 ‘대’ PG 전문 수비수의 역할을 요구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황진원은 사실 SG로선 신장이 너무 적다. 조성원의 예를 그에게 기대하진 말자) 현재 푸르미의 백 코트는 정락영-전형수 콤비가 가장 많은 출장 시간을 보이고 있는데, 황진원은 이들의 백 업으로 LG에서 보다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명의 토종(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앞으로는 국내 선수란 말로 표현하도록 하겠다) 선수가 이번 ‘거래’에 포함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팀 전력에 끼칠 영향은 매우 미미하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두 명의 외국인 선수간의 트레이드야 말로 ‘메인 디쉬’라고 봐야 하며, 그럼 이번 트레이드에서 코리아텐더 푸르미가 받아 들인 에릭 이버츠와 맬릭 에반스는 과연 팀에 어떤 영향을 가져 올 수 있을 것인가?

득점, 득점, 득점…진효준 감독은 ‘전체적으로’ 팀 공격력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싶었을 거다. 물론 마이클 매덕스는 뛰어난 득점 원이다. 인 사이드와 아웃 사이드를 가리지 않고, 심지어 더블 팀이 붙어도 그는 평균 이상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다. 마치 자신의 ‘姓’(매덕스)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칼 보이드의 경우는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는 모두들 알다시피 ‘공격형’ 선수가 아니다. 운동 능력이 좋기로 유명했던 ‘KBL 덩크 슛의 제왕’(KBL 역사상 그보다 더 뛰어난 덩커는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워렌 로즈그린조차 2년차 때는 단순한 공격 패턴 덕분에 득점에선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따라서 이렇다 할 전공이 없는 보이드의 경우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득점이 하락 할 건 뻔한 일이다.

이처럼 코리아텐더 푸르미의 니즈(Needs)가 ‘득점’이라면 이번 트레이드는 팀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여진다. 먼저 이버츠. 우린 그가 KBL에서 ‘가장 많은’ 공격 옵션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타고난 득점 기계’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이 빌라노바 대학출신의 ‘전’ 스윙 맨은 KBL에 등장한 후 매 시즌 골 밑 플레이에 관한 의심을 받아왔지만 단 한 번도 팀이나 팬의 기대치에 어긋나는 성적을 거둔 적이 없다. 그것도 자신의 특기인 외곽 슛을 잘 살리면서 말이다. LG 시절 조성원-조우현(혹은 송영진) 등과 슛을 나누어 쐈던 이버츠가 코리아텐더 푸르미에서 ‘에이스’의 역할을 잘 수행해낸다면 남은 시즌 그는 매 경기 30득점 이상의 득점을 팀에 제공할 수 있을 거다. 실제로 에릭 이버츠는 이적이후 세 경기에서 경기 당 슈팅 개수가 17.1개에서 23.6개로 ‘대폭’ 증가했다. 그의 뛰어난 평균 슛률(2점슛 50%, 3점 슛 40%)을 감안한다면, 경기 당 6개의 슛팅은 약 6점 가량의 득점 상승을 의미하며, 2001-2002 시즌 코리아텐더 푸르미는 팀 역사상 가장 무시무시한 슛터이자 견실한 빅 맨을 얻게 되는 셈이다. 멜릭 에반스의 경우도 푸르미에게 전혀 불리할 게 없다. 마이클 매덕스라는 ‘정통’ 센터가 에릭 이버츠보다 훌륭한 선수(선수의 종합적인 능력에서)라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코리아텐더 측에서 이번 트레이드를 수락한 이유는 바로 이 ‘맬릭 에반스’ 때문이다.

사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신문이나 LG 프런트 측에서 떠들어대는 것처럼 에반스가 그토록 나쁜 선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NCAA의 농구 명문 밴더빌트(VANDERBILT) 졸업생인 에반스는 95-96시즌 파워 포드로서 12.3득점 6.2리바운드 1.1어시스트를 기록했을 정도(당시 밴더빌트 대학은 NCAA 디펜딩 챔피언인 UCLA를 잡았을 정도로 만만치 않은 팀이었다)로 꽤 ‘알려진’ 파워 포드였고, 이후에도 여러 나라의 리그를 거치며 경험을 쌓아온 베테랑 선수로 대다수의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결코 KBL 수준에서 떨어지는 선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올 시즌 LG에서의 성적을 살펴보면 16.4득점 10리바운드 1.1 슛 블록을 기록하고 있어 언뜻 보기에 득점에서 약간 처지는 기분이 들지만, 그들의 팀 구성을 살펴 본다면 에반스가 공격력도 그리 만만치 않은 선수라는 걸 금세 알 수 있다. 이미 팀 내 조성원-이버츠-송영진이란 공격수가 있는 LG에서 그의 공격 기회는 제한될 수 밖에 없으며, 또 그가 그렇게 많은 슈팅을 시도할 필요도 없다. 김태환 감독 말처럼 포스트 플레이를 하면서 상대팀 수비를 끌어 들일 정도나, 오픈 상태에서 슛을 넣을 수 있는 정도의 공격력만 있다면 LG에서 굳이 에반스에게 많은 득점을 기대할 필요는 없다고, KUKI는 생각한다. 그리고 올 시즌 에반스가 그 정도의 기대치도 충족시켜주지 못했던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에반스가 센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는가? 것도 아니었다. 전체 리바운드(10개)와 슛 블록(2.17개) 부문에서 나름대로 수준급 활약을 해줬고, 특히 공격 리바운드 부문에선 경기 당 4.41개를 잡았을 정도로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준 바 있었다.(KBL에서 경기 당 그보다 많은 공격 리바운드를 잡은 선수는 얼 아이크-에릭 마틴-딜론 터너에 불과하다) 현재의 기록만 봐선 리바운드 숫자에서만 보이드에게 밀릴 뿐 종합적인 면에서 에반스가 보이드에 비해 떨어지는 선수라고 생각할 수 없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진효준 감독은 이번 트레이드를 승락 했을 거다. 비록 팀 입장에선 마이클 매덕스란 에이스와 칼 보이드란 허슬 플레이어를 놓쳤지만 그 대신 득점력에서 더 뛰어난 에릭 이버츠와 멜릭 에반스란 나쁘지 않은 두 명의 선수를 얻었고, 더구나 코리아텐더의 약점인 전체적인 높이도 보강할 수 있게 된 거다. 현 시점에서 볼 때 진효준 감독은 3점 라인 부근에선 이버츠, 페인트 존에선 멜릭 에반스를 주축으로 팀 오펜스를 구성할 것이 분명하며, 만일 이렇게만 된다면 에릭 이버츠 뿐만 아니라 에반스의 공격력도 LG에서 보다 좀 더 활발한 모습을 보일 거다.(그리고 전형수나 정락영이 2대2 플레이에 능한 빠른 가드라는 점은 이들의 외곽 슛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점이다.) 더구나 멜릭 에반스는 이적 전까지 3점 슛을 경기 당 2개 가까이 던져서 그 중 40%를 림에 꽂아 넣은 알려지지 않은 ‘장거리 슛터’였다. 전체적으로 신장이 작은 코리아텐더 입장에선 상대팀 센터를 외곽으로 끌어낼 수 있다는 면에서 에반스의 이런 능력을 더욱 살려줄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코리아텐더 푸르미가 얻은 것들에 관해 알아봤다. 전체적인 신장의 업그레이드, 리그 최고 수준의 득점원의 영입, 팀의 약점이던 3점 슛 능력의 대폭 보강, 2명의 벤치 멤버 등 이번 트레이드로 푸르미는 적어도 공격이란 측면에선 많은 것을 얻어낸 것으로 보인다. (사실 수비에서 조차 푸르미가 잃을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더구나 마이클 매덕스와 칼 보이드에 비해서 에반스-이버츠 콤비는 ‘순둥이’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팀 적응이나 팀 워크 면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LG 차례다. 먼저 글에서도 밝혔듯 창원 LG 세이커스의 문제점은 바로 ‘송영진’이었다. 그가 만일 기대대로만 활약 해줬다면 이런 트레이드는 할 필요조차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발생했고, 그 수습을 위해 김태환 감독은 자신의 감독 자리를 걸고 이번 트레이드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김 감독이 얻어 내려고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김태환 감독이 생각한 건 ‘딱 한가지’ 였을 거다. 기존의 ‘부드러운’ 두 명의 외국인 선수보다 훨씬 ‘터프한’ 골 밑 플레이어의 보강. 김 감독 입장에서 서울 SK 나이츠나 서울 삼성 선더스를 잡기 위해선 그들의 인사이드를 능가할 수 있는 ‘파워풀한’ 빅 맨을 보강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대상으로 KBL에서 가장 ‘센터 같은’ 플레이를 보여주는 마이클 매덕스와 허슬 플레이어의 대명사 칼 보이드를 지목한 것이다. 분명 김감독의 생각처럼 마이클 매덕스는 KBL 수준에선 매우 훌륭한 센터다. 골 밑에서의 림을 등지고 하는 포스트 플레이나 외곽에 있는 선수들에게 패스하는 피딩 능력, 오픈 찬스에서의 점프 슛.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이기심만 자제 시킨다면 마이클 매덕스는 ‘센터 구하기’란 측면에선 훨씬 좋은 선택일 수 있다. 그 한계점을 ‘공격 능력’이란 면에 둘 때는 말이다. 하지만 수비라는 면까지 살펴보기 시작하면 이번 트레이드는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매덕스의 공격 능력을 만회해줄 정도로 보이드의 수비 능력이 그렇게 뛰어나지 못하다란 표현이 더욱 정확할 것 같다. 어차피 보이드는 매덕스의 부실한 무릎을 돕기 위한 수비형 선수니까 말이다. 김 감독이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서 얻고자 한 것은 아마 이런 거다. 마이클 매덕스의 전체적인 센터로서의 플레이로 LG 세이커스의 약점인 포스트 플레이를 보강하고, 이것에서 시작된 원할한 피딩을 통해 LG만의 강점인 3점 슛을 살리는 것들 말이다. 물론 매덕스에겐 위기 때의 일 대일 공격과 중요할 때의 슛 블록(삼성이나 SK 나이츠의 센터들을 상대로 한)까지 기대했을 거다. 보이드에겐 많은 것을 원하진 않았을 거다. 그의 빠른 플레이를 공격과 수비에 살려서 빠른 아웃렛 패스, 높은 점프 능력을 이용한 헬프 디펜스, 매덕스가 하지 못하는 빠른 속공 가담 등 마치 예전 LG의 보이킨스의 역할을 보이드에게 원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트레이드가 성공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김태환 감독의 기대처럼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으로 보이진 않으며, 아마도 김태환 감독은 이 트레이드 때문에 그 지도력에 의심을 받기 시작할 거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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