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서울은행, 조흥은행과 합병 유력

  • 입력 2001년 12월 12일 18시 17분


서울은행 처리가 국내 은행과의 합병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합병 대상으로는 조흥은행이 유력시되고 있다.

강정원(姜正元) 서울은행장은 유럽계 HPI투자펀드 또는 국내외 컨소시엄에 정부 지분을 넘겨 독자생존하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으나 정부는 은행 대형화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9월말 현재 조흥은행의 총자산은 58조9000억원, 서울은행은 21조8000억원이어서 두 은행이 합병할 경우 국민 우리금융에 이어 국내 3위의 80조원대 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금감위, 서울은행은 합병이 최선〓금감위 김석동(金錫東) 감독정책1국장은 1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서울은행의 경영지표가 호전되고 있지만 20조원대 자산규모로는 독자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단순히 정부 지분을 매각해 처리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조흥은행이 합병의사를 공개 표명한 것과 관련해 “우량은행이 서울은행을 인수하는 것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밀리지만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서울은행의 기업가치를 올려 공적자금 회수율을 높이는 것은 단순히 지분 매각이 아니라 합병을 통한 대형화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 금감위는 그동안 국민 신한 한미 하나 등 우량은행이 서울은행을 인수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나 재정경제부는 조흥은행과의 합병에 다소 부정적이다.

은행구조조정은 우량은행간 합병 또는 우량은행이 부실은행을 인수하는 방식이 바람직한데 조흥-서울 합병은 이 같은 원칙에서 벗어나기 때문. 따라서 앞으로 정부 내 입장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은행 독자생존 어려울 듯〓강정원 행장은 HPI펀드에 서울은행 매각 의사를 타진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HPI펀드의 인수 의지는 강한 편이지만 아직은 초기 접촉단계에 불과하며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 매각협상 때처럼 반드시 풋백옵션(부실화자산에 대한 손실보전) 금지를 고집하지는 않겠다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은행은 각종 경영지표가 호전된 상황에서 독자생존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외 컨소시엄이든 해외투자펀드든 정부 지분 매각을 통해 확실한 주인을 찾아주면 된다는 것.

그러나 신복영 전 서울은행장이 이끄는 국내외 컨소시엄은 자금력 및 은행경영능력에서 미달된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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