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cer report]세트플레이 '괄목' 성장

  • 입력 2001년 12월 9일 22시 56분


이겼다고 우쭐해선 안될 것 같다. 먼저 미국은 어니 스튜어트와 조 맥스 무어 등 유럽에서 뛰고 있는 간판스타들이 한 명도 오지 않았다. 월드컵 전초전에서 상대를 제압해 심리적인 자신감을 얻은 것도 사실이지만 오히려 이번 승리를 거울삼아 보완점을 찾아 내년에도 기필코 이기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우선 세트플레이가 좋아졌다. 결승골을 뽑아낼 때 이천수의 코너킥도 절묘했지만 유상철이 상대 수비수를 따돌리고 돌아 들어가는 장면도 완벽했다. 프리킥과 코너킥은 골을 낚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추가로 골을 낚아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는데 무위로 그친 게 아쉽지만 희망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유상철을 중앙 수비수로 기용한 것은 거스 히딩크 감독의 ‘실험정신’에 따른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취임 초기에 유상철을 이 자리에 많이 기용했다가 최근엔 송종국을 많이 기용하고 있다. 이날 다시 유상철을 이 자리에 기용하고 송종국을 원래 포지션인 오른쪽 윙백에 투입했던 것은 보다 많은 가능성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보아야 한다. 후반에 최진철이 부상당했을 때 곧바로 송종국을 중앙수비수로 끌어내리며 유상철을 왼쪽으로 뺀 것을 보아도 송종국과 유상철을 다양한 포지션에 기용해 선수 가용 능력을 키우려는 의도임을 알 수 있다.

한국은 경기 초반 미드필드부터 상대를 압박해 주도권을 잘 잡았다. 하지만 골을 성공시킨 뒤 선수들이 다소 느긋해진 감이 있다. 전반 후반부터 미드필드 싸움에서 우세를 지키지 못했고 후반 초반에는 아예 미드필드싸움에서 밀렸다. 페널티지역 부근에서 2-1패스와 짧은 패스로 상대를 따돌리는 모습도 후반엔 거의 볼 수 없었다.

결국 후반에 수비라인이 어이없이 무너지면서 상대에게 결정적인 찬스를 내준 것도 골을 넣고 난 뒤 느긋함에서 기인한 것이다. 최상의 전력을 가지고 출전하는 월드컵에서는 한순간의 방심이 골로 이어질 수 있다. 90분동안 경기에만 몰두하는 집중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허정무<본보 축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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