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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9일 22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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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날 평가전 만으로 미국축구를 가볍게 평가하는 것은 금물. 월드컵 예선을 치르면서 1년 남짓 손발을 맞춰온 ‘해외파 주전’이 대거 빠졌기 때문이다. 이번 평가전을 통해 드러난 미국 공수전술의 주요 윤곽을 전문가의 진단으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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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미국 공격의 출발선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아마스와 공격형 미드필더 도노반. 하지만 두 선수 모두 한국 미드필더의 밀착 마크에 걸리면서 초반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결국 미국은 전반 25분 이후 미드필드를 생략한 채 오른쪽 사이드 어태커인 존스의 빠른 발을 이용하는 롱패스에 의존했지만 미드필드에서의 공격 전환이 늦어 존스의 위협적인 센터링도 대부분 무용지물에 그치고 말았다.
후반 들어 웨스트와 커닝햄을 교체 투입한 미국은 이들의 힘과 순간 돌파력을 이용해 반전을 노렸고 후반 34분 커닝햄이 결정적인 슈팅을 날렸다. 후반 41분 또 한차례 중앙돌파를 한 커닝햄이 웨스트에게 볼을 연결했으나 이미 상대 공격 루트를 간파한 한국의 수비벽을 뚫기 어려웠다.
전체적으로 이날 미국은 한국에 비해 미드필드에서의 기동력이 둔했고 특히 공수전환 속도가 너무 느렸다. 공수간격이 지나치게 벌어져 효율적인 공격 루트를 찾지 못한 것도 이 때문. 또 전후 좌우 쉼 없이 포지션을 바꿔가며 상대의 수비 라인을 혼돈 시킨 한국에 비해 전술 운용상의 단조로움을 면치 못했다.
▼수비=이날 최대 관전 포인트는 2002월드컵 지역예선 10경기에서 8골만 허용했다는 미국의 수비 라인. 특히 아구스, 라모사 등 주전 멤버가 수비의 핵으로 나서 기대가 컸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공격과 마찬가지로 전체적으로 수비 전환도 늦었던 미국은 전반 한국의 짧고 빠른 원터치 패스에 우왕좌왕 몰려다니며 수 차례 위기 상황을 맞았다. 양 사이드 공격 가담 후 한국의 역습을 받을 때도 미드필더의 커버 플레이가 제대로 안 돼 골문 앞에서 한국 공격수에 비해 수적인 열세에까지 몰렸다. 후반을 무실점으로 막은 것도 미국 수비라인이 잘했다기보다는 한국의 집중력이 떨어졌기 때문.
이날 미국의 수비라인이 무너진 대표적인 사례는 전반 19분과 전반 32분. 유상철의 결승골로 이어진 코너킥 상황을 허용한 전반 19분 미국은 박지성-최태욱-황선홍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원터치 패스에 우왕좌왕하다 마지막 순간 볼을 걷어낼 수밖에 없었다.
후반 45분은 미국의 느린 공수전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 한국의 골문 앞에 모여 공격권을 쥐고 있던 미국은 유상철에게 볼을 빼앗긴 후 김도훈 이천수로 이어지는 한국의 순간적인 측면돌파와 최태욱의 쇄도를 미처 알아채지도 못한 채 위기 상황을 맞았다.
▽도움말 주신분〓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 신문선 SBS해설위원, 윤태조 재일교포 축구 해설가, 고정운 전 국가대표.
<서귀포〓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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