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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7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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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치매를 골치거리 병이 아니라 신비한 미스테리로 그려낸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인다. 유우타의 할아버지가 치매에 걸렸다. 할아버지는 남의 집 불단(佛壇)에 놓인 음식을 집어먹는가 하면 초상집에서 체조 구령을 붙이기도 한다. 가족 중 누군가 시골 할아버지 댁에 가서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를 돌봐야 한다. 엄마 아빠는 일로 바쁘고 에리카 누나는 중학교 시험 때문에 꼼짝 못할 상황이다. 하는 수 없이 유우타가 시골로 내려가게 된다.
시골에 도착한 그날부터 자꾸 이상한 일이 생긴다. 어느날 할아버지는 유우타의 손을 잡고 개울로 놀러간다. 할아버지의 개울은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찻길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개울’을 건넌 할아버지가 도로 저편에서 손짓을 한다. 유우타는 무서워서 도저히 발을 뗄 수가 없다. 할아버지가 유우타를 데리러 건너온다. 갑자기 할아버지 앞으로 덤프트럭이…. 유우타는 두 눈을 질끈 감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린다. 그러나 아무렇지도 않게 길을 건너온 할아버지가 유우타를 업는다. 유우타는 무서워서 눈을 뜰 수 없다.
한참 시간이 지났을까. 할아버지의 “됐다”라는 말에 살짝 눈을 뜨니 나무가 우거진 언덕에 올라와 있다. 어딘지 알 수가 없다. 할아버지나 이곳 사람들은 유우타를 어린 시절의 유우타 아빠로 착각한다. 유우타는 할아버지의 이상한 말과 행동이 옛 기억과 관련돼 있음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한다.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을 보는 것처럼 이야기 구조가 탄탄하다. 할아버지의 치매로 인해 유우타가 겪는 혼돈 상황은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손쉽게 오가게 해주는 장치가 되고 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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