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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5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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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투자자의 독설처럼 테러 이후 거의 모든 증권사 전략가들은 지수 예측에 참담할 정도로 실패를 거듭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변명도 있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냉철한 실력 평가와 반성을 통해 국내 증시의 예측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려야 할 때라는 반성도 적지 않다. 냉철한 자기 반성이 없다면 억대 연봉의 스타 전략가라 할 지라도 결국 투자자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나친 다작(多作), 자기 개발이 없다〓국내 증권사 리서치팀(주가를 예측하고 종목을 분석하는 부서)이 부각된 것은 98년 이후. 아직 걸음마 단계로 대부분 국내 전략가들은 30대 초중반의 젊은 층이다.
문제는 이들이 지나치게 혹사당하고 있다는 점. 혼자서 매일 시황분석을 쓰는 전략가도 있을 정도. 게다가 짧으면 당일, 길면 한 주 정도의 예측을 중요시하는 국내 증시의 ‘빨리빨리’ 풍토도 문제. 충분한 자료를 기반으로 깊이 연구하고 장기적으로 내다보는 풍토가 자리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풍토가 젊고 재능있는 전략가들을 단명하게 한다는 지적.
▽외국인투자자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외국인투자자는 이미 국내 증시의 중심에 서있다. 이번 상승장의 핵심도 외국인의 줄기찬 ‘바이 코리아(Buy Korea)’ 공세였다.
그러나 국내 전략가들이 갖고 있는 외국인투자자에 대한 분석 능력은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 자신만의 기준을 갖고 외국인 투자태도를 분석하거나 외국인투자자와 직접 대화를 통해 동향을 파악하는 분석가가 아직은 소수다.
전날 외국인의 매매동향 정도를 바탕으로 주먹구구식 예측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현실이다.
▽반성이 없다〓국내 증권가에는 ‘맞으면 내 덕, 틀리면 모른 척’이라는 관행이 언젠가부터 자리잡았다. 영향력 있는 전략가조차도 자신의 예상이 틀렸을 때 이에 대한 반성을 하지 않는다. 전망 수치를 바꿀 때도 충분한 설명 없이 은근슬쩍 바꾸기 일쑤다. 책임을 묻는 풍토도 정착되지 않았다.
매달 시황분석에 대해 반성과 평가를 내는 신한증권 투자전략팀 정도가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정기적인 반성을 하는 곳. 한 증권사 전략가는 “나를 비롯한 대부분 전략가들이 예측해 성공했을 때보다 실패했을 때 배우는 점이 더 많다는 점을 잊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눈치만 본다〓증시의 신(神)이 아닌 이상 투자전략가의 예측이 항상 맞을 수는 없다.
그러나 10월 이후처럼 거의 모든 전략가들이 예측에 실패한 데에는 눈치보기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남들과 다른 결론이 나올 경우 혼자만 틀릴 것이 두려워 발표는 두루뭉실하게 내놓기 일쑤라는 것.
9월말 유일하게 상승장세를 예측했던 동양증권 시황팀 박재훈 차장은 “자신의 분석 능력을 동원해 일단 판단이 서면 설혹 그것이 틀리더라도 소신과 논리를 내세울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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