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기·적성 찾아주는 대입지도를

  • 입력 2001년 12월 4일 18시 46분


200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결과가 발표됐으나 지난해와 달라진 점이 많아 각 고등학교에서 진학지도에 혼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교사 학부모 학생들은 평균점수가 크게 떨어진 데다 총점 누가성적분포표(총점 석차)도 공개되지 않아 어느 대학에 지원해야 할지 가늠을 못하겠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처럼 당황할 일은 아니다. 교사들은 교육당국을 원망만 할 게 아니라 달라진 제도에 적응해 차분하게 새로운 진학지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번 수능시험은 처음부터 총점 석차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총점을 1∼9등급으로 나누고, 5개 영역별로 점수와 등급을 발표하기로 했다. 교육당국은 98년에 2002년부터 시행되는 새 수능제도를 발표한 이래 이 같은 원칙을 수 차례 밝혀왔다.

총점 석차에 따라 갈 대학이 정해지는 것이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다. 이는 학교의 서열화를 조장하고 수험생들에게는 줄서기를 강요하는 방식이다.

이런 모순에서 벗어나 영역별 점수를 통해 학생들의 적성과 특기를 찾아주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 새 수능제도다. 가령 총점은 떨어져도 언어영역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학생은 언어 관련 학과에, 수리나 과학탐구영역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학생은 이공계열 학과에 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물론 수험생이나 교사의 처지에서 보면 새로운 것들이 많아 어렵고 복잡할 것이다. 수능시험 난이도 하나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교육정책의 잇단 혼선이 수능제도에 대한 불신을 더욱 부추겼을 수도 있다.

진학지도 교사는 학생이 어떤 영역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는지와 함께 평소 보아온 소질 특기 학교성적 등을 고려해 종합적인 입시지도를 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총점 석차만 가지고 특정 대학으로 가라고 한다면 이는 점수에 따른 줄세우기일 뿐 진학지도가 아니다.

더구나 이번에는 많은 대학이 영역별 점수에 비중을 두고 있고 입학사정도 수능뿐만 아니라 학생부 면접 논술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수능성적과 총점 석차가 전부가 아닌 것이다.

수능 총점으로 사정하는 대학도 새 제도의 취지에 맞춰 영역별 점수에 좀 더 비중을 두는 쪽으로 가야 한다. 새 제도의 도입에는 늘 진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교사와 학부모는 수험생들이 특기와 적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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