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과학기술 인력이 없다-下]"3급이상 기술직 6.9%뿐"

  • 입력 2001년 12월 4일 18시 46분


《산업자원부의 김모 전 실장. 기술직이란 이유로 설움을 겪던 그는 과장급 때 청와대에 파견 근무하는 동안 행정직으로 바꿨다. 기술직을 그대로 유지하고서는 자신의 미래가 힘들다고 느꼈기 때문. 그 덕분인지 고위직인 1급(실장)까지 별로 어렵지 않게 승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행운을 잡을 수 있는 기술직 공무원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기술직 공무원들은 평생 ‘기술직’이라는 ‘업보’(?)를 지고 살아야 한다.》

행정직은 어떤 분야의 보직이나 맡을 수 있는 반면 기술직은 임용할 때부터 전기 기계 화공 토목 건축 등 분야가 정해져 다른 분야로 진출하기 어렵다. 승진이나 보직에서 불리한 것은 물론이다.

▼싣는 순서▼

- <上>자연계 지망생이 줄어든다
- <中>산업현장 기술인력 태부족
- <下>좌절하는 기술공무원

이 때문에 이공계 대학 졸업자도 기술고시가 아닌 행정고시를 통해 공무원에 입문하려 한다. 산자부에서만도 차관 국장 과장 등 여러 간부들이 공대를 나와 행시에 합격한 사람들이다.

기술직으로 공무원이 된 과학기술부 L과장은 행정직인 4년 후배가 국장이 됐지만 아직 국장이 되지 못했다. 자신의 전공 분야에만 근무하느라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술직 공무원 출신인 권용원 다우기술 부사장도 “공무원이 된 후 기술고시는 늘 지고 다녀야 할 짐이었다”고 회고한다. 자신이 승진할 때마다 총무처와 상의해 관련 규정을 바꿔야 할 만큼 기술직의 승진과 보직에 제한이 많았다는 것.

중앙인사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월 현재 중앙정부 공무원의 79.2%는 공안 행정직이며 기술직은 20.8%에 불과하다. 고위직인 3급 이상은 더욱 심해 공안 행정직이 93.1%로 압도적이고 기술직은 6.9%로 줄어든다.

반면, 기업에서는 1995년 10대 그룹 임원 4583명 중 53%가 이공계 출신이었다. 현재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자(CEO) 10명중 윤종용 부회장 등 7명이 이공계 출신인 것과 비교해도 정부내 기술직 홀대는 지나칠 정도다.

문제는 기술직 천대가 공무원의 기술경쟁력,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점.

A전자는 최근 신제품을 개발해 놓고도 에너지효율을 검사해야 할 산자부가 검사 도구가 없다며 승인을 내주지 않아 곤욕을 치렀다. 백방으로 알아본 끝에 자기 회사의 시험용 기기로 검사를 마친 A전자 간부는 “하마터면 제품을 개발하고도 장사를 못할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1980년대 정부가 배기가스 관련 국내법을 만들 때는 현대자동차가 미국의 관련 법규를 정부에 가르쳐줘야 했다. 국제기술 흐름과 다른 나라 제도에 대한 정보를 정부가 먼저 알아서 기업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도움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업계에는 정부가 앞장서 이끌어주지 않아도 좋으니 딴죽이나 걸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분위기도 있다.

이장무(李長茂) 서울대 공과대학장은 “국가정책도 점점 고도의 기술 전문성이 요구되는 추세”라며 “정부가 과학기술 인재들을 폭넓게 받아들여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연동아사이언스기자·신연수·하임숙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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