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발등의 불’ 월드컵 테러대책

  • 입력 2001년 12월 2일 18시 55분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야 할 우리의 테러 대책 과제가 더 무거워졌다. 엊그제 본선 조 추첨에서 미국이 한국에서 경기를 치르게 됐기 때문이다. 월드컵 개최국은 경기장 등 시설과 경기 진행의 완벽한 준비는 물론 세계 각국 선수들과 축구팬들의 안전도 책임져야 한다. 더욱이 테러와의 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축구팀과 관람객을 맞아야 하는 우리로서는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현재 국제 상황은 월드컵을 겨냥한 테러의 가능성을 배제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꼬여 있다. 미국을 상대로 한 경우만 상정하더라도 두 달째 미국의 맹공격을 받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과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이 보복 테러를 자행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여기에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이라크 등 다른 나라로 확대할 것임을 끊임없이 경고하고 있어 이슬람권 테러조직의 반발도 예상된다. 아랍계 테러범들에 의해 이스라엘 선수 등 16명이 희생된 72년 뮌헨올림픽의 비극이 잘 말해주듯 테러범들은 사람이 몰리는 국제대회를 자주 노린다. 또 미국의 심장부를 겨냥한 9·11 테러는 테러범들이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방법을 동원할 것임을 예고해 다양하고 치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테러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단하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총기나 폭탄 반입 저지 같은 ‘전통적 대책’만으로는 테러를 막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월드컵조직위원회가 월드컵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해 테러, 훌리건 난동, 대형 사고, 항공 교통 안전사고 등에 대비하고 있으나 이를 국제적 차원의 종합 대책으로 강화해야 한다.

특히 미국이 한국에서 경기를 하는 것은 중대한 여건 변화이니만큼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미국 선수들을 호텔이 아닌 주한 미군기지에서 머물게 하자는 등의 방안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기되고 있으나 그런 소극적인 대책으로는 테러를 막기에 충분치 않다. 미국의 중앙정보국(CIA) 등 테러 관련 정보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테러를 자행할 가능성이 있는 테러리스트의 입국을 막아 테러를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한다. 또 영국 러시아 중국 등 테러 관련 정보를 많이 축적한 국가는 물론 이슬람권을 포함한 나머지 월드컵 참가국에 대해서도 정보 제공과 협조를 요청해야 할 것이다. 월드컵 테러 대책은 이제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발등의 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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