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美-폴란드 이긴다면” 16강진출 꿈에 부푼 시민들

  • 입력 2001년 12월 1일 23시 27분


‘이번에야말로 16강 진출을 이룰 절호의 기회다.’

1일 저녁 부산 전시컨벤션센터(BEXCO)에서 열린 2002월드컵 축구대회 본선 조 추첨 결과를 TV 중계로 지켜본 시민들은 “같은 조로 편성된 미국과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면 16강 진출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회사원 송성근씨(32·서울 마포구 합정동)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위인 포르투갈이 같은 조에 편성돼 있는 것이 걸리지만 폴란드와 미국과는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주부 서소영씨(30·서울 송파구 잠실동)도 “우려했던 잉글랜드 같은 최강팀을 피해서 다행”이라며 “우리 선수들이 폴란드와 미국전에서 최선을 다해 반드시 16강 진출의 꿈을 이뤄주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 조 추첨 TV 생중계를 전국의 가정과 거리 곳곳에서 지켜보던 시민들의 입에서는 한숨과 탄성이 교차했다.

유럽의 강호 포르투갈이 D조 한국의 ‘첫 상대’로 결정되자 시민들은 ‘16강 진출이 물 건너간 게 아니냐’며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이후 잉글랜드 같은 강팀보다는 상대적으로 약팀인 폴란드와 미국이 잇따라 한국과 같은 D조에 편성되자 다소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회사원 정종은씨(30·서울 동작구 흑석동)는 “손에 땀을 쥐고 잉글랜드 등 다른 강호들이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하지 않길 빌었는데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폴란드나 미국도 결코 안심할 상대가 아니라는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회사원 윤신일씨(30·인천 계양구 계산동)는 “폴란드는 생각보다 훨씬 강력한 팀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과도 상대 전적은 앞서지만 최근 경기 사례가 없어 9일 서귀포에서 열리는 평가전을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공무원 김서중씨(33·경기 과천시 중앙동)는 “유럽의 2개 팀이 같은 조에 있어 한국의 16강 진출이 예상보다 힘들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한편 공동 개최국인 일본의 대진운에 대해 부러워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회사원 이세헌씨(30·서울 종로구 평창동)는 “약체인 러시아와 벨기에 등을 상대하는 일본이 한국보다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며 “우리는 일본에 비하면 16강 탈락의 고배를 마실 가능성이 큰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이날 대다수의 시민들은 가정과 거리 곳곳에서 손에 땀을 쥔 채 조 추첨 행사를 지켜봤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고속터미널에서는 200여명의 시민들이 대합실에 설치된 TV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일부 시민들은 조 추첨 행사를 지켜보다 버스 출발 시간이 임박해서야 황급히 승강장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서울역과 종로 일대도 조 추첨 행사를 지켜보는 수많은 시민들의 환호와 열의로 마치 월드컵 대회 개막식의 열기를 옮겨 놓은 듯했다.

서울 종로구 종로2가 국세청빌딩 앞에서는 200여명의 시민들이 빗속에서도 이동식 대형 스크린을 통해 중계되는 조 추첨 행사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끝까지 한국팀의 행운을 기원했다. 회사원 김성학씨(32)는 “데이트하러 나왔다가 추첨 생중계가 나와 비를 맞은 채 한국팀의 대진운을 기원했다”고 말했다.

서울역 대합실에도 조 추첨식이 가까워지자 수십 명의 승객들이 기차 출발시간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여들기 시작해 TV를 지켜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윤상호·최호원·김창원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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