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더 늙기전 우승한번 해야죠"

  • 입력 2001년 11월 28일 18시 33분


국내농구에서 ‘신들린 듯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에겐 항상 ‘허재 같다’라는 말이 따른다. 이렇듯 허재(36·삼보)는 한국농구에서 ‘전설’이다.

프로농구 최고참 허재가 최근 과거의 역사 속에서 나와 농구코트에서 펄펄 날고 있다. 허재는 최근 3경기에서 평균 27득점을 올리며 팀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득점 1위 마르커스 힉스(동양)가 평균 33.6점을 올리고 있지만 이는 경기당 평균 39분을 뛰며 낸 기록. 허재가 평균 28분만 코트에 나오는 것을 감안한다면 훨씬 영양가가 높다.

요즈음 허재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로봇’ 같다. 오른쪽 다리는 종아리부터 허벅지까지 붕대로 칭칭 감은 데다 무릎엔 보호대를 했다. 왼쪽 허벅지에도 어김없이 테이핑을 했다. 근육이 뭉쳐 밤새 낑낑거리며 앓을 정도로 아프단다.

게다가 그는 한 경기 치를 때마다 짬짬이 코를 푸느라 휴지 한 통을 없앤다. 상대의 거친 수비에 셀 수도 없을 만큼 코가 부러진 탓에 생긴 증세다.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그가 펄펄 날 수 있는 비결은 한마디로 정신력. 초등학교 이후 단 한번도 울어본 적이 없다는 그이기에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더 늙기 전에 우승 한번 해야죠.” 툭 던지는 이 한마디가 그가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이유다. 오랜만에 맘에 드는 용병들이 들어왔으니 열심히 하면 우승도 가능하다는 계산.

허재가 우승 욕심을 내는 데는 재간둥이 가드 신기성의 군입대로 생긴 전력의 공백을 김승기(29)가 훌륭히 메워주고 있는 데도 큰 이유가 있다.

김승기는 허재의 용산중고와 중앙대 6년 후배. 타고난 스피드와 승부사 기질로 역시 ‘제2의 허재’라는 평가를 받았다.

불의의 발목부상으로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하다 98년 삼성에서 삼보로 이적해왔지만 ‘신인왕’ 신기성에 가려 코트에 나설 기회도 좀처럼 잡지 못했던 김승기. 그에게 기회가 왔다. 신기성의 군입대로 올 시즌 주전 포인트가드로 뛸 수 있게 된 것.

용산고 재학시절 100㎏이 넘는 거구와 씨름을 해서 집어던질 정도로 힘이 장사인 김승기는 팀이 치른 12경기에 모두 나와 평균 11.3득점 5.1어시스트 3.9리바운드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27일엔 올 시즌 2호 트리플더블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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