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동원/‘오리무중’ 경제현안

  • 입력 2001년 11월 27일 18시 29분


“교통정리를 해야 할 정부당국이 되레 불확실성을 조장하는 것 아닙니까.”

“내년 경영계획을 짜야 하는데 불투명한 면이 어느 때보다도 많아요.”

27일 낮 서울 성북구 삼청각에서 열린 주한 외교사절 초청 한국경제 세미나에 참석한 재계 인사들의 얘기다.

연말이면 기업들은 이듬해의 경영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여기에 정부의 경제정책은 영향을 미치는 중요 변수가 된다. 이런 변수들이 연말이 다가오는 데도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니 경영인들이 답답해하고 있는 것.

삼청각 세미나에 참석한 한 주한 외교관은 “각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견을 조정해 컨센서스(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운을 뗀 뒤 “경제 현안들이 가닥을 못 잡고 있다는 것은 정부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일침을 놓았다.

어느 기업인은 “출자총액 한도 제한이 그렇고 집단소송제, 주 5일 근무제 등 각종 현안들이 어떻게 결말날지도 모른 채 안개 속을 달리는 꼴”이라고 당국을 겨냥했다.

박용성(朴容晟) 대한상의 회장은 최근 “각종 재계 관련 현안에 대해 가부(可否)간 결론을 빨리 내려달라”고 정부측에 강력하게 촉구한 바 있다.

중소기업들은 아예 이러한 논의조차 ‘한가로운 풍월’이라고 항변한다. 15년간 중소기업을 운영한다는 한 기업인은 “사람도 제대로 구하기 어려운 마당에 주 5일 근무제라니, 남의 나라 얘기 같다”면서 “한국을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든다고 한 약속은 어디로 갔느냐”고 반문했다.

공무원들도 난감해하고 있다. 한 고위 경제관료는 “툭하면 터져 나오는 각종 게이트(스캔들) 파문이 행정부에도 직간접으로 밀려와 차분히 경제 현안을 챙기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도하라운드가 출범하면서 세계 각국은 미래를 향해 뛰고 있다. 한국의 경제정책 ‘시계’는 거꾸로 돌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다.

김동원<경제부>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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