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국가대표팀 3회 연속 평가전 분석

  • 입력 2001년 11월 16일 17시 47분


세네갈과 크로아티아와의 A-Match Week가 끝났다. 1승 1무 1패.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아프리카와 유럽의 강팀들과의 경기에서 이정도 성적이면 어느 정도 좋다고 볼 수도 있고, 홈에서 열린 경기임을 생각한다면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뭉뚱그려서 한국 대표팀이 이번의 평가전들을 통해서 큰 경험을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경험들은 앞으로 200일도 안 남은 월드컵에서 아주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8일의 전주에서의 세네갈전과 10일의 상암과 13일의 광주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전. 정식 대회가 아니고 이렇게 2~3일 간격으로 평가전을 연이어 벌인다는 것은 아주 드문 경우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의도적으로 일정을 이렇게 조정하였다. 실제로 월드컵 조 예선에서 이런 타이트한 일정으로 경기를 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연습을 했다고 보면 된다. 2일, 혹은 3일 간격으로 뛰어야 하는 일정은 팀 전체에게 피로를 주게 되는데, 이에 대한 연습으로 선수들이 이런 일정을 미리 경험해 보면서 '어떻게 체력안배를 하고 회복을 철저하게 해야 다음경기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선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또한 거시적인 면에서 본 이번 평가전들로 인한 다른 소득은 선수단 전체, 아니 한국축구 전체에 '한번 해 볼만한데?' 라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월드컵 본선 진출티켓을 거머쥔 세네갈을 상대로 비록 한 골을 먹고 만회 골을 넣지 못해서 0:1의 패배를 기록하긴 했지만, 결코 밀린다고 볼 수 없는 경기를 치루었고, 전년도 월드컵 3위를 기록한 크로아티아를 맞아 완벽한 1승과 엄청나게 밀리면서도 1무로 막아낸 경기결과를 이끌어 내면서 그 동안 한국축구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던 '유럽축구에 대한 공포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는 점은 대표팀뿐만 아니라 축구팬들에게도 '에이, 해봤자 뭐해~ 어차피 질텐데' 라는 자괴감이 아닌 '이길 수 있다!' 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또, 새로 지은 전주와 서울 상암, 광주 월드컵 경기장을 돌면서 지역 관중들에게 매우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주면서 축구붐을 일으키는데 일조를 했다는 점 역시 아주 좋게 평가할 만 하다. 이미 전북 현대축구단이 연고지를 가지고 있는 전주에서도 올 시즌 홈팀은 비록 좋지 못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지만, 내년에 다시 축구붐을 일으킬 수 있도록 좋은 징검다리 역할을 해 주었으며, 상무팀이 창단을 준비하고 있는 광주 역시 축구불모지에서 축구 붐업에 성공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500만의 인구가 살고 있는 서울에 그렇게 좋은 운동장을 개장하면서 멋진 경기를 서울시민 들에게 보여주었다는 것은 앞으로 서울에 축구팀을 만드는데 큰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운동장을 가득 메운 6만의 관중들에게 축구의 진수를 - 그것도 한국팀이 유럽의 강팀을 통쾌하게 이겨버리는 장면을 - 보여주었으며, 일반 축구팬들이 아니라 그날 참석했던 서울시 관계자들과 국회의원, 장관 등 이래저래 높으신 양반들에게 축구의 힘을 보여주었다는 것은 나중에 서울시의 팀을 창단하는데 큰 플러스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밖에도 이번 평가전들은 이러한 거시적인 면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가지 면에서 한국축구에게 많은 것들을 던져주었다. 선수 개개인의 플레이에서부터 팀 전체의 전술 등에서 이렇게 하면 옳다는 확신과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 경고, 그리고 이렇게 하라는 조언까지 세번의 평가전이 우리에게 던져준 것은 매우 많았다. 그리고 얻을 수 있었던 것들을 자기 것으로 완벽하게 소화하고, 주어진 과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앞으로 남아 있는 우리의 일 일 것이다.

對 세네갈전. 11/08. 전주 . 0:1 패배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을 맡은 후 한국대표팀의 경기는 두가지 패턴으로 요약되어 대부분 이러한 경기 진행을 그대로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첫번째 패턴은 매우 좋은 전반전 경기내용을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후반전에 들어와서 상대팀의 강력한 프레싱이나 변형된 전술에 말려들어 체력부족, 전술 부족 등으로 인하여 무너지는 패턴이다. 물론 이경우에는 대부분 역전패, 혹은 대패하기 마련이다.

나머지 한가지 패턴은 전반전에 매우 안좋은 플레이를 하고(스코어는 비기거나 진채로 전반이 끝난다) 후반전에 확 달라지는 모습을 선보이면서 엄청난 공격력과 활동력을 발휘하는 패턴이다. 이 경우 운이 좋으면 골을 넣어서 이기거나 비기는 경우와 골운이 없어서 우세한 경기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득점하지 못하는 경우로 나뉘는데, 이번 세네갈전이 이 패턴이었다.

솔직히 전반전은 매우 답답한 경기였다. 넓은 시야와 빠른 발과 침착한 경기운영을 보인 송종국과, 대인마크와 공중패스와 몸싸움을 맡은 최진철이 서로의 역할분담을 철저하게 해 주었고, 수비시 양측 윙백이 내려와서 다섯 명의 수비라인을 구축하는 수비라인은 이전의 불안했던 수비라인에 비해 매우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문제는 공격면에서 파괴력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최태욱과 이천수가 양 옆을, 이동국이 중앙 공격을 맡고, 김남일과 이영표가 뒤를 받친 공격라인은 전혀 파괴력을 보이지 못했다. 간간히 개인기와 스피드를 이용한 돌파만이 보였을 뿐, 유기적이고 시스템적인 공격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윙백에선 이을용은 비교적 제 몫을 해 냈으나, 김태영의 측면돌파는 전혀 정확하지 못한 측면 센터링으로 인하여 어떠한 위협도 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공격의 문제는 후반전에 선수 구성에 큰 변화를 주면서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우선 부상인 이민성을 빼고 안정환을 투입, 김태영을 이민성 자리로 후퇴시키고 김태영 자리에 최태욱을 배치시켰다. 이는 오히려 측면공격의 활로와 중앙공격의 강화의 두가지 효과를 거두면서 좋은 모습을 보였고, 몸놀림이 둔한 이동국을 빼고 설기현을 투입 중앙 공격의 무게를 높여서 후반전에는 전반전보다 훨씬 더 유기적인 공격시스템과 좋은 찬스를 맞이하였다. 다만, 골 결정력의 부족과 이러한 상황에서의 난국을 타개할 키 메이커의 부재로 인해 동점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번 세네갈 전에서 또한 특이한 점은 새로운 얼굴, 차두리와 현영민의 기용이다. 실전테스트용으로 후반 말미에 투입된 두 선수는 의외로 나름대로 제 몫을 톡톡히 하면서 앞으로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세네갈은 지난달 프랑스에서 일본과 경기를 치루어 일본에게 전후반 통틀어 단 세 개의 슈팅만을 허용하면서 2:0의 완벽한 승리를 거둔 팀이다. 이번 경기는 원정경기고, 선수들의 시차적응이 제대로 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70% 정도의 전력이라고 볼 때, 0:1의 스코어는 나쁘다고 볼 순 없지만 좋지도 않은, 그런 결과라고 볼 수 있겠다.

對 크로아티아전. 11/10. 상암. 2:0 승

히딩크 감독이 국가대표팀을 맞고 유럽과 네번을 싸워서 한번도 이겨보질 못했는데, 기어이 다섯번 만에 크로아티아를 잡는 쾌거를 이룩하고야 만다. 물론 심판의 덕도 약간 보고, 크로아티아가 매우 방심한 탓도 있지만, 송종국, 최태욱, 이천수 등의 젊은 선수들과 설기현, 안정환, 심재원 등의 유럽파들이 조화를 이루어 거함 크로아티아를 무너뜨리고 말았다.

승리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보다도 수비진의 안정이 선수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고,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부상인 이민성 대신 심재원이 선 수비는 기존의 송종국, 최진철과 크로아티아를 효과적으로 막아 낼 수 있었다. 또한 세네갈전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MF에서부터의 적극적인 프레싱과 협력수비는 아주 큰 효과를 보았다. 이을용과 김태영의 측면 수비가담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수비시 어떠한 일이 있어도 상대 공격수보다 수가 많아야 한다' 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킨 것이 안정된 수비에 큰 기여를 했다. 솔직히 상대방이 우리보다 축구를 잘 한다는 것을 냉정하게 인정하고, 상대방 한명이 공을 잡으면 두명이, 두명이 뚫리면 다음 사람이 수비를 하는 기본 원칙을 철저하게 지킨 것은 아주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MF와 공격에서는 아직도 많은 문제점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MF진에서의 원활한 볼배급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커다란 숙제로 나타났다. 김남일, 이영표가 맡고 있는 중앙 MF는 활동량과 수비가담 면에서는 합격점을 줄 수 있을지 몰라도, 공격지원이나 시야면에선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측면 역시 이을용은 비교적 무난한 플레이를 보여주었으나, 한순간에 상황을 반전시킬만한 그러한 파괴력은 없고, 김태영 역시 수비에 치중이 많이 되는 선수이기 때문에 공격에서 별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점도 문제였다.(실제 측면돌파 후 부정확한 센터링으로 공격의 맥을 끊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MF에서의 지원부족은 설기현과 안정환 투톱에게 제대로 공이 투입되지 못하게 되고, 수비수가 수비진형을 다 갖춘 후에 공을 받은 두 선수들은 어려운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후반에 김태영을 빼고 이천수가 투입된 후, 공격적인 면에서 활력을 찾고, 최태욱의 중거리 슛과 김남일의 헤딩 슛으로 2:0 승리를 이끌어 내었지만, 공격진의 창조적인 면이나 파괴력 면에선 많은 개선의 여지를 남겨 놓았다. 솔직히 득점을 한 최태욱과 김남일은 득점으로 인해 가려지긴 했지만 전반전에서 패스미스나 좁은 시야, 무리한 공 끌기 등으로 공격 리듬을 끊어서 결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2:0 한국 팀의 완승으로 끝났다. 솔직히 이 승리를 가지고 뭐 2진이 왔다느니, 크로아티아가 못했느니 어쩌고 하면서 승리를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인데, 그럼 한가지 묻고 싶다. 크로아티아 2진은 그럼 이기기 쉬운가?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은 모른채 - 이런걸 눈뜬 장님이라고 그런다 - 그렇게 뒤에서 떠들기만 좋아하고 흠집내기만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국 축구 발전에 저해가 된다는 생각을 떨쳐내기가 매우 힘들다. 승리는 그냥 승리로 즐겼으면 하는 마음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경기의 승리는 한국팀이 잘한 것과 크로아티아 팀의 방심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 크로아티아 감독의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리는 1진이 이래저래 문제가 있어서 오지 못했다. 그래서 졌다' 라는 인터뷰를 변명의 톤으로 강조하는 것을 보고, 크로아티아가 한국과의 경기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했고, 그랬기 때문에 패배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선수교체면에서도 전반전에는 그나마 온 주전들을 빼고 경기를 시작했다가 전반이 지나자 '어~ 안되겠네' 이러면서 급하게 주전 선수들을 집어넣었었다.

하여간, 이번 평가전은 다섯번만의 대 유럽전 첫 승리와 상암 첫 승리, 그리고 자신감 수확 등 얻은 것이 많은 경기였다.

對 크로아티아전. 11/13. 광주. 1:1 무

히딩크 감독은 첫번째 크로아티아전이 끝난 후 이렇게 얘기했다. '강팀은 결코 한 상대에게 두번 지지 않는다. 두번째 경기는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다.' 크로아티아의 요지치 감독 역시 '첫번째 경기는 졌지만 우리는 결코 두번 지지 않는다.' 라고 말했다. 경기 역시 이 두 감독의 예상과 정확히 맞게 진행되었다.

1차전에서의 심리적 안일로 인해 충격적인 패배를 당해서 독기를 품은 크로아티아와 기존 멤버에 최용수, 유상철의 J-리거들을 합류시킨 한국대표팀이 맞붙은 대 크로아티아전 2차전은 1차전과는 다르게 크로아티아가 거세게 밀어붙이는 양상으로 시작되었다. 크로아티아는 정신적인 무장을 새롭게 한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미드필드에서 적극적인 압박수비를 펼쳤고, 이에 우리 미드필드진들이 적절하게 대응을 하지 못하면서 경기 초반은 크로아티아의 분위기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위기상황에서 게임을 풀어갈 조율사의 존재가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했다. 김남일과 유상철, 이영표의 MF진에서 패스미스가 너무 많았고 경기를 쉽게 풀어나가지 못하면서 어려운 상황을 많이 만들었다. 그러나 이전 대표팀과 확연하게 달라진 점은 그런 어려운 상황 하에서도 분위기를 우리쪽으로 끌어오려고 노력한다는 점과, 실제로 어느 정도 분위기를 한국 주도로 바꾸는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2차전에서의 큰 수확은 독수리 최용수의 건재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현재 J-리그 득점 랭킹 2위를 달리고 있는 최용수 선수는 전반 42분에 감각적인 토킥을 선보여 한국팀의 선취득점을 기록한다. 그 골 말고도 최용수 선수는 경기 내내 아주 좋은 몸놀림을 보여 주었다. 최용수 선수에다가 황선홍, 설기현, 안정환, 이천수... 쓸만한 가용전력이 너무 많은 FW진쪽에서는 생각만 해도 괜히 흐뭇해지곤 한다. 하여간, 그밖에도 상대적으로 앞의 두 경기에 비해 떨어진 활약을 보인 설기현 선수를 대신해서 투입된 안정환 선수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등, 공격진은 현재 한국대표팀에서 가용할 수 있는 멤버 전원을 풀가동시킨 후, 최적의 시스템을 구축하면 어느정도는 세계를 상대로 해도 먹혀들 수 있다는 느낌이 오긴 했다.

하지만, 팀 전체적인 관점에서 한가지 문제점이 또 나타나고 말았다. 바로 세트플레이에 대한 문제인데, 이번 대표팀은 세트플레이에 의한 공격과 상대 세트플레이에 대한 수비 양쪽 모두에서 개선점이 나왔다. 공격에서는 전문 키커의 부족과 다양한 세트플레이의 부족 등이 문제로 나왔고, 세트플레이시 수비불안과 2선, 3선 공격수들에 대한 수비 대응 문제, 그리고 수비시 공격진들의 수비 가담이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이러한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이니만큼 집중적인 훈련과 보안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번 평가전을 치뤄 오면서 설기현, 안정환, 최용수, 이천수, 최태욱, 송종국 등의 유명 선수들의 이름이 많이 거론되고 있다. 물론 이 선수들은 나름대로 뛰어난 활약을 보였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다. 하지만, 난 이 선수들보다 이을용 선수와 최진철 선수의 플레이를 매우 높게 평가하고 싶다.(심하게 얘기하면 위에서 언급한 선수들보다도 더 높게!) 이을용 선수는 세경기 모두 풀타임 출장하면서 주로 왼쪽 MF와 윙백을 담당했는데, 공격과 수비 모두 화려하진 않지만 자신이 맡은 역할을 거의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원래부터 K-리그를 관심 있게 봤던 축구팬들이라면 K-리그 최고의 MF를 뽑을때 여지없이 거론되지만 의외로 국가대표팀의 지명도는 낮았던 이을용 선수는 적극적인 수비가담과 빠른 공수전환, 넓은 시야 등으로 가뜩이나 MF에서의 패스 연결이 좋지 못했던 이번 대표팀에서 그나마 원활하게 볼 배급을 했다. 특히 대표팀 MF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전방으로 향한 스루패스를 찔러넣은 선수였다. 물론 크게 드러나는 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게임 자체를 확 바꿔버릴만한 카리스마는 부족하지만, 꾸준하게 제 몫을 해 낸다는 점에선 높은 점수를 받을 만 하다.

최진철 선수 역시 송종국 선수가 워낙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서 그렇지 수비에서 묵묵하게 궂은 일을 도맡아서 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송종국 선수가 빠른 속도와 넓은 시야, 침착한 운영 등으로 수비를 지휘할 때, 최진철 선수는 송종국 선수의 그늘에서 대인방어, 높이싸움, 몸싸움 등등 송종국 선수가 부족한 부분을 계속해서 커버해 주었다. 또 공격수 출신답게 공격수들의 심리를 읽는 능력이 뛰어나, 공격 흐름을 끊거나 과감한 테클로 상대방의 공격 예봉을 저지하는 등, 역시 드러나진 않지만 톡톡히 자기 몫을 충분히 해 냈다. 최진철 선수가 없었다면 송종국 선수 혼자만으로는 수비가 그렇게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세 차례의 평가전이 끝난 후 "이게 끝이 아니다. 앞으로도 더 많이 할일이 남아 있다." 라고 얘기했다. 절대적으로 맞는 말이다. 우리는 지금 현재 진행형이다. 섣불리 결론을 내릴 수도, 내릴 필요도 없는 것이다. 지금 하늘에서 축구천재가 ‘뚜욱’ 하고 떨어지길 바랄 수도, 하룻밤 사이에 우리 선수들이 기량이 일취월장하기를 바랄 수도 없다. 그저 조용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최선을 다해서 한 다음, 그 결과를 보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세 차례의 평가전은 열심히 노력해서 꾸준한 발전을 보이는 학생을 보는 선생님의 마음처럼 기분이 좋다. 물론 할 일이 많이 있지만, 뭐 앞으로도 열심히 하면 되지 않는가.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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