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金국정원차장 의혹 수사하라

  • 입력 2001년 11월 15일 18시 38분


김은성 국가정보원 2차장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진승현-정현준-이용호 게이트라는 세 갈래 사건과 모두 직간접으로 연계되어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김 차장이 보도에 대해 “근거 없는 억측이며 음해”라고 일축하고 있는 상황이기는 하다. 그러나 검찰은 정부의 체면과 신뢰를 위해서라도 김 차장의 신분 거취와 관계없이 엄정한 수사를 해야만 한다.

첫째, 김 차장이 정현준 게이트와 관련해 동방금고 이경자 부회장에게서 1000만원을 받았다는 내용은 이미 검찰 조서에 반영되어 있다. 재수사를 통해 뇌물 여부를 명확히 가려내야 한다. 검찰은 “김 차장이 돈을 받지 않았다고 부인할 뿐만 아니라, 이 부회장조차도 뇌물이 아닌 떡값으로 진술했기 때문에 ‘대가성’ 없는 돈이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뇌물수사의 관행과는 다른 처리이며 의혹만 부추길 뿐이다.

둘째, 김 차장이 진승현 게이트의 김재환 전 MCI코리아 회장(국정원 과장 출신)을 호텔방에서 국정원 부하들과 함께 폭행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도 김 차장이 ‘사실 무근’이라고 부인하지만 세간의 의혹은 불식되지 않고 있다. 김 전 회장이 김 차장과 긴밀한 사이인 데다 ‘진 게이트’ 와중에 두 김씨가 접촉한 사실만을 놓고도 많은 사람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더구나 김 차장 딸이 진승현씨와 혼담이 오간 사이였다는 것도 이미 밝혀진 대로다. 수사를 통해서 양자관계가 확인되지 않으면 안 된다.

셋째, 김 전 회장이 ‘진 게이트’만이 아니라 정현준 게이트에도 겹쳐져 있다는 내용도 보도되고 있다. 정씨는 지난해 7월 김 전 회장을 그룹 총괄비서실격인 ‘알푸투로’의 부회장으로 앉히고 그랜저 승용차를 제공한 사실 등을 밝혔다는 것이다. 알푸투로는 각종 사설펀드를 조성 운영하고 정계 관계 로비를 추진한 조직이다. 김 전 회장은 “정씨의 제의로 사외이사 일을 했을 뿐”이라지만 이 시기가 바로 진승현씨가 김 전 회장을 MCI코리아 회장으로 기용한 때와 맞물린다. 이 점도 검찰이 수사를 통해 재확인해야 한다.

이 밖에도 ‘이용호 게이트’의 김형윤 국정원 전 경제단장이 바로 김 차장의 직속 지휘선상에 자리한다는 점이다. ‘이 게이트’가 주가조작 횡령 등 유사한 의혹사건이라는 점에서 국민은 김 차장이 김 전 단장의 벤처 관여 행위나 수뢰를 과연 몰랐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

검찰은 차제에 세 갈래 게이트와 김 차장의 연관성을 명확하고도 설득력 있게 수사로 파헤치고 발표함으로써 의혹을 씻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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