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내친구]산악 트레킹 즐기는 오환씨

  • 입력 2001년 11월 13일 18시 35분


장작처럼 마른 몸매에 검게 탄 얼굴, 여기에 텁수룩한 수염까지…. 산 속을 돌아다니지 않으면 근질근질해서 견딜 수 없다는 오 환씨(38)의 겉모습이다.

“제가 산을 좋아하긴 하지만 요놈의 수염 때문에 ‘도인’으로 오해받아 쑥스러운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지요.”

며칠전 지리산 반야봉에서 벌어진 일. 그만 낙조의 아름다움에 빠져 내려올 시간을 놓쳤다. 그런데 자신이 보기엔 산더미같은 배낭을 짊어진 정말 산사람이 다가와 정중하게 “백두대간은 몇 번이나 종주하셨습니까?”라고 묻는 바람에 화들짝 놀라 자리를 피해 내려오다가 길을 잃어 대나무숲에서 몇시간을 헤맸다. 하마터면 조난당할 뻔 했던 것.

중학생 때부터 북한산 족두리봉 밑에서 자란 탓에 꾸준히 산에 오른 지가 20년이 족히 넘지만 오씨는 산을 탄다거나 산악등반을 한다는 말을 절대 하지 않는다.

“그저 좋아서 걷는거죠, 정상에 오를 필요도 없고 어떤 땐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또 어떤 땐 잡스런 생각을 떨쳐버리면서요.” 한마디로 산악 트레킹을 즐기는 것.

오씨의 직업은 자동차경주전문 사진작가. 지난 89년 전문잡지 사진기자를 시작으로 10년만인 99년 자동차전문 사진 및 기획사인 ‘오토프레스네트워크(APN)’를 차렸다. 그동안 전시회만 세차례나 연 그는 이분야에서 최고수로 통한다.

쌩쌩 달리는 경주용 자동차에 카메라 앵글을 맞춰야할 그가 허구한날 산에 그것도 정상등정도 아닌 ‘산길을 걷는’ 이유가 뭘까?

“너무 빠르게 살다보니 아무말 없는 자연이 그리워서요”라고 ‘도사’같은 말을 한다. 수천분의 1초의 세계를 다루다보면 세상사가 짜증날 때가 많은데 산길을 걸으면 모든 시름이 사라진다. 산에 카메라는 들고 다니지만 소위 작품은 찍지 않는다.

오씨는 언제나 등산복과 등산화 차림이다. “그냥 편해서”라는게 그의 이유. 멀리 떠나지 못할 때 점심 때 짬을 내서 사무실 근처 인왕산이라도 거닐어야 직성이 풀린다.

그런데 쑥스럽다면서 수염은 왜 그렇게 지성스럽게 기를까?

“아 이거요, 예전에 벌목길 달리는 자동차 촬영하다 낭떨어지로 떨어져 턱밑을 심하게 다쳤거든요, 흉터가 많아 면도하기도 쉽지 않고….” 그가 ‘도인’ 칭호를 받는 이유는 생업 때문에 생긴 ‘흉터훈장’ 때문이었다.

<전 창기자>jeon@donga.com

▼트레킹 관절 충격 적고 열량소비 많아

트레킹(trekking)은 원래 남아프리카에서 우기와 건기에 따라 소달구지를 타고 떠나는 이주여행에서 유래됐다. 천천히 걷지만 꾸준히 먼 거리를 가는 고된여행을 뜻한다.

이 중 산길을 걷는 산악트레킹이 최근 각광을 받는 이유는 ‘무목적성’과 ‘손쉬움’ 때문. 등산의 경우 정상을 밟지 않으면 안된다는 부담감이 있으나 트레킹엔 자연을 즐기며 꾸준히 걷는다는 것 이외에 목적성이 없다.

또 특별한 전문지식이나 장비없이 즐기며 체력을 단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80년대부터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뒷동산의 가치를 다시보자’라는 운동도 알고보면 트레킹의 일종.

전문가들은 처음시작할 때 조깅이나 등산보다는 속보 위주의 트레킹을 권장한다.

조깅을 할 때는 허리에 체중의 2.5배 충격이 가해진다.

또한 무릎에 3.5배, 발목에 4배의 충격이 가해진다. 반면 트레킹은 체중이 허리에 0.8배, 무릎 1배, 발목 1.2배 등 훨씬 부하가 덜하다. 등산도 열량 100㎉를 소비하는데 8분이 걸려 트레킹은 물론 조깅(12분)보다 운동강도가 세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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