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대통령을 경영한 여자-힐러리의 선택'

  • 입력 2001년 11월 9일 18시 42분


대통령을 경영한 여자-힐러리의 선택/게일 쉬이 지음, 유정화 옮김/614쪽 13500원 한국방송출판

왜 똑똑하고 능력있는 힐러리는 남편 클린턴의 성적(性的) 방탕을 받아 들였는가? 아내로서의 의무였는가? 정치적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대통령 남편이 필요했기 때문인가?

미국의 베스트셀러 전기(傳記) 작가 게일 쉬이가 쓴 이 책은 왜 그때 그 상황(르윈스키 스캔들)에서 힐러리가 남편을 지키겠다고 나서게 됐는가를 파헤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귀가 번쩍 뜨일 정도의 비사(秘史)가 담겨 있지는 않지만 저자는 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쓰듯 힐러리가 겪었던 사건을 중심으로 그녀의 심리적 여정을 흥미진진하게 펼쳐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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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힐러리와의 수차례 직접 인터뷰는 물론 힐러리의 부모, 친구, 스승 , 백악관시절 그녀와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수백여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힐러리를 그리고 있다. 이를 통해 시카고 태생이면서 동부의 엘리트 여성 힐러리가 아칸소 촌뜨기 클린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더 이상 알고 싶지 않을 정도’로 수많았던 남편의 섹스스캔들 속에서도 그를 포기할 수 없었던 그녀의 ‘선택’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힐러리와 클린턴의 관계는 ‘완벽한 파트너쉽’(great partnership)관계라고 결론지을 것이다. 두사람의 만남과 결혼생활은 두 사람이 너무 달랐기 때문에 서로의 빈 부분은 채워 지고 모난 부분은 깎이는 상생(相生)의 관계였다.

힐러리는 남성 위주 사회에서 출세하려면 ‘감정을 버리라’는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다. ‘어떻게 성공할 것이냐’로 다그치는 교육을 해온 부모는 칭찬에 인색했고 끊임없이 더 강해질 것을 요구했다. 정이 많은 사람이기보다 냉철한 논리가 앞섰던 그녀에게 대학시절 다가온 클린턴은 여태껏 만나보지 못했던 외계인이었다. 저돌적이고 감정이 앞서고 한번 만난 사람은 자기 사람으로 끌어들이는 뛰어난 친화력의 소유자였다.

클린턴이 ‘현재를 사는 존재’라면 힐러리는 ‘미래를 사는 존재’였다. 투자스캔들, 특혜 스캔들, 섹스스캔들, 위증 스캔들 속에서 위기는 항상 클린턴이 만들었고 소방수는 항상 힐러리였다. 이런 두사람의 차이는 훌륭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냈다. 르윈스키 스캔들 속에서도 남편을 포기할수 없었던 것은 그런 과정를 통해 얻어진 자신감 때문이었다.

‘뭣 때문에 르윈스키를 걱정한단 말인가? 빌(클린턴)에게 반한 그 흔한 로데오 퀸(클린턴에게 다가왔던 수많은 헤픈 여자들을 힐러리는 이렇게 불렀다) 가운데 하나뿐인걸. 하지만 빌이 내게 얼마나 의지하고 있는지를 안다면 나와 대적할 수 있는 여자는 아무도 없으리라.’(39쪽)

힐러리와 클린턴 두 사람은 모두 세상을 바꾸고 개혁하는데 관심이 많았으며 그 변화를 이끄는 중심에 서 있고 싶다는 야망이 일치했다.

힐러리는 결국 남편을 통해 훌륭한 정치인으로 클 수 있는 자질을 배웠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뉴욕주 상원의원 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과정에서 힐러리는 사람을 움직이는 방법과 자신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정치적 역량에서도 탁월함을 보였다. 모두 남편으로부터 ‘습득’한 것이다.

‘선택’은 힐러리 삶의 핵심 키워드다. 그러나 힐러리의 선택은 타인의 의해 강요된 것이 아니라 삶의 주체로서 독립적인 선택을 했을 때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질 수 있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저널적 감각이 돋보이는 원문에 번역도 깔끔하다. 원제 Hillary’s choice.

<허문명기자>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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