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헌의 사례로 본 창업]소비자 발길 변화 빠르게 대처하라

  • 입력 2001년 11월 4일 19시 28분


30대 초반부터 여러 가지 업종의 창업 경험을 가지고 있는 C씨(41)는 지난해 가을, 호프집을 창업했다. 먼저 장사를 하던 곳에서 이전하여 동일한 업종을 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사업이 정착할 것으로 생각했다.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3분 거리인데다 배후에 새로 생기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위치해 있어 다른 어느 곳 보다 입지조건 면에서 유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까지 아파트 입주가 완료되지 않아 상가가 막 형성되는 시기였지만 안정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사업을 시작한 지 6개월 정도 되었지만 C씨 점포의 매출은 제자리 걸음을 거듭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아파트 단지 주민을 단골 고객으로 확보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근에 위치한 카센터 등 사업체 종사자들은 쉽게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나름대로 원인을 분석해 보니 C씨의 점포가 지하철역에서 출발한 수요층이 아파트 단지로 행하는 길목에서 한 발 비켜 있었다.

하루 매출은 15만원을 넘기기 어려웠고 한 달 순수익도 100만원 남짓한 수준에 머물렀다. 특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막막한 것이 요즘 C씨의 심정이다.

▽분석과 조언〓상권은 생명체와 같아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변화는 주로 지역 개발에 의해 이루어진다. 큰 변화로는 아파트 재개발, 지하철 건설, 백화점이나 할인점 개설 등이 있고 작은 변화는 횡단보도, 육교설치, 가드레일 설치 등도 이에 속한다. 이러한 개발 요인은 알게 모르게 소비자의 이동경로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이동경로를 형성하게 된다.

C씨 점포는 아파트 단지 주민의 입주가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수요층이 비교적 활발히 이동하던 지역이었지만 입주가 진행되면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 사례이다. 현재의 개발요인이 장차 점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는 것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다.

점포 자체가 가지는 한계도 매출 부진에 큰 몫을 차지한다. C씨의 점포는 최근 고객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1층, 밝은 조명, 현대식 인테리어의 호프집과 극명하게 대비됐다. 외부에서내부를 들여다 볼 수 없고 조명도 카페 분위기를 느끼게 만든다. 문을 열고 점포 안에 들어서는 순간 빽빽이 놓인 테이블과 의자가 갑갑한 느낌을 주는 것도 어려움을 부채질했다.

커피전문점을 비롯한 음료 판매점, 주점 등의 최근 경향은 넓고 안락한 공간 연출, 현대식 조명과 인테리어이다. 어떤 업종을 시작하던 최근의 소비자 트랜드를 읽지 못하면 고객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biermann@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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