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호리에 前제일은행장 "한국선 급여보다 만족감 중시"

  • 입력 2001년 11월 2일 18시 29분


사상 첫 외국인 은행장, ‘정부입김’ 가급적 배제한 수익성 중심 경영, 100억원대 스톡옵션 행사권을 날아가게 한 전격 행장 교체…. 지난해 1월 취임 후 은행권에 많은 뉴스를 만들었던 윌프레드 호리에 전 제일은행장(사진)의 눈에 비친 서울생활은 어떤 이미지일까.

호리에 전 행장은 2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서울시 국제경제자문단 창립총회에서 “서울 생활은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이 자문단은 외국기업의 서울 진출을 장려하기 위해 구성된 것으로 그의 10분짜리 연설은 ‘외국인 투자자의 귀’만을 고려한 것이었다.

호리에 전 행장도 다른 참석자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노조’에 대해 시간을 할애했다. 연설에 따르면 호리에 행장은 취임 다음날 서양 기업의 관행과는 달리 직접 노조사무실로 찾아갔다. 그러나 노조측의 반응은 “왜 취임 첫 날 인사를 오지 않았느냐”는 것이어서 일순 황당했다는 것.

그는 “그러나 노조측과 매달 점심을 함께 하면서 직원들의 은행 사랑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선 급여수준 자체보다도 자존심이나 업무만족감이 중시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호리에 전 행장은 한국 언론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공적자금이 10조원 이상 투입된 만큼 제일은행은 누구라도 큰 흑자를 낼 수 있다” “제일은행이 도입한 선진금융기법의 실체가 분명치 않다” “100억원대 수익이 예상되는 스톡옵션을 절차를 어겨가며 금융당국의 승인없이 받으려 했다”는 보도로 곤혹스러웠다는 것.

휴식시간에 만난 호리에 전 행장은 제일은행이 최근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지원을 철회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반도체 시장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달 말까지 출근한 뒤 고향인 미국 하와이로 돌아가 어린이재단에서 일할 계획이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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