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경제 에세이]'日제품 뛰어넘기' 고생끝 보람

  • 입력 2001년 10월 31일 18시 56분


사업을 하다보니 만나는 사람도 많고 듣는 이야기도 많다. 그 중 어느날 교육 관계자의 한마디는 사업관을 바꿔준 계기가 됐다.

“일본 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학교에서 시험을 치를 수 없습니다.”

단순히 영리만을 추구해온 사업 스타일을 돌아보도록 해 준 말 한마디였다. 그의 말처럼 각급 학교 및 관공서에서 시험지와 관내 안내물을 인쇄하는 디지털인쇄기의 대부분이 일제라는 현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여기에 쓰이는 잉크의 경우 10년 전에 우리가 개발해 특허등록까지 해둔 상태지만 사장(死藏)돼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이를 사업화해보기로 하고 지난 2월 디지털인쇄기용 국산 잉크를 개발해 공급하는 회사를 창업했다.

여성 기업인에 적합한 아이템이 아니다는 주위의 지적은 그리 신경쓰지 않았다. 잉크를 여기저기 묻히는 ‘깨끗하지 않은 아이템’이라고 여성이 하지 말란 법은 없지 않는가. 오히려 그보다는 외제품 선호사상과 맞서 싸우는 일이 힘들었다.

예를들어 분명 인쇄기 고장임에도 불구하고 국산 잉크 때문에 생긴 불량이라며 수입업자들이 수리비를 과도하게 청구하면서 수요자로부터 항의를 받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런 경우는 직접 방문해 원인을 파악하고 해명을 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수입업자들의 말만 듣고 거래를 중단하는 경우에는 정말 낙담할 때가 많다.

한 교육 관련자가 “역시 일제를 써야돼. 국산은 고장이 잦아서…”라고 무심코 던진 말은 사업 의지를 꺾기도 했다.

하지만 경쟁시장에서 겪게 되는 이러한 비애를 가슴속에 삭이면서 사업의 안착을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중에 최근 여성창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게돼 나름대로의 고생을 보상받았다는 느낌이다.

또 조달청과 계약이 되어 각급 학교 및 관공서등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중남미 및 브라질 러시아 중국까지 활발하게 수출 상담이 진행 중에 있다.

100% 수입 의존 제품을 국내 기술로 개발하여 수입대체 효과를 높이고 국익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하고자 하는 신념으로 창업을 하였던 초심(初心)을 항상 간직하며 진정한 기술기업 및 여성기업으로서 한 몫을 다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시 한번 새롭게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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