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숭어 북한댐방류후 플랑크톤 소멸로 흔적 끊겨

  • 입력 2001년 10월 18일 18시 57분


해마다 이맘때면 한창 그물에 걸려들 임진강 숭어가 최근 자취를 감추었다.

이는 10일 밤 임진강 상류 북한의 ‘4월5일댐’에서 물을 대량 방류한 이후 빚어진 기현상. 이 댐의 갑작스러운 방류로 통발과 그물 등 각종 어구가 유실돼 큰 재산피해(본보 12일자 A2면 참조)를 본 경기 파주시 등 임진강 중류 및 하류 어민들은 숭어의 ‘잠적’으로 다시 ‘가을철 수입원’을 잃게 돼 울상이다.

숭어가 주로 잡히는 파주시 문산읍 임진리 일대 어부들은 10일까지는 배 한 척에 하루 50∼100㎏의 숭어를 잡았으나 댐 방류 이후 숭어를 전혀 잡지 못하고 있다.

숭어는 9월 말부터 11월 중순까지 서해에서 임진강으로 올라오는 습성이 있어 그동안 강 하류 어부들의 가을철 주 수입원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숭어잡이 어민들은 그동안 가을 시즌 중 가구당 500만∼1000만원씩의 소득을 올려왔다.

이처럼 숭어가 자취를 감춘 것은 북한의 댐 방류로 임진강 중하류에 숭어의 먹이인 식물성 플랑크톤이 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립수산진흥원 청평내수면 연구소 이완옥(李完玉·44) 박사는 “서해와 인접한 임진강 하류의 뻘에 주로 서식하는 플랑크톤은 적당한 염분을 먹이로 하고 있는데 북한의 댐 방류로 염도가 크게 낮아지면서 일시에 사라져 버렸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먹이를 찾지 못한 숭어들이 임진강을 거슬러 올라오지 않게 되었다는 것.

중류 지역인 파주시 파평면 일대 어민들도 북한의 댐 방류로 토속어종인 참게와 장어, 메기 등이 한꺼번에 쓸려 내려가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주시는 북한의 댐 방류로 인한 어민 피해에 대해 자연재해에 준하는 지원을 해주는 방안을 마련 중이지만 무상 지원은 3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융자나 개인이 부담하는 방식이어서 어민들은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댐 방류 때문에 사라진 어자원을 잡지 못하는 간접 피해는 전혀 보상되지 않는다.

파주어촌계 장석진(張錫鎭·41) 계장은 “어민들이 가구당 400만원 가량을 다시 들여 어구를 장만하기는 쉽지 않다”며 “그나마 고기잡이철이 끝난 뒤에 보상을 해주면 무엇하겠느냐”고 말했다.

파주와 연천의 임진강 일대 어민 100여명은 북한의 댐 방류로 큰 피해를 보았다며 북한의 댐 건설 이후 적절한 대비책을 세우지 않은 정부 당국에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파주〓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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